[좋은걸 어떡해] by 보리피리 ⊂1⊃.....................................좋은걸 어떡해 [… 말해.] 통화 버튼을 26회 눌렀을 때, 드디어 놈이 싸가지 없게 전화를 받았다. 방금 일어났는지 낮게 갈라진 음성에, 내가 전화를 했다는 것에 약간 짜증이 서려있는 투다. “너 거기 어디야!” 내 물음에 전화기 너머의 놈은 누군가에게 ‘여기가 어디?’라고 묻는 소리가 들린다. 역시…외박인거냐? […천호동 이라는데?] “지금 애국조회 하고 있으니까 택시타고 빨랑 튀어와!” [….] 뚝- 대답도 없이 전화를 끊어 버린 놈은 결국 학교에 나타나지 않았다. 나는 뭐든 금방 질려 버린다. 내 스스로도 이런 내 자신이 한심하고 마음에 들지 않는다. 이것저것 해 보지만, 역시 매번 금세 질려버리고 만다. 내가 가장 장시간 빠졌던 것은 중학교 때 2년간 유도를 했던 것이었는데 그렇게 힘들던 훈련도 즐겁게 받았건만 어느 순간 아무 이유 없이 갑자기 돌아서게 되었다. 나는 대체적으로 3주 이상 뭔가를 해내질 못했다. 여자를 사귀어도 가장 길게 가는 것이 3주였다. 그런 내가 유일하게 중2때부터 신경 쓰는 놈이 하나 있다. 내 베스트 프렌드 한영진 이라는 놈인데, 그 자식을 생각하면 아주 골치가 아프다. 놈은 설명이 필요 없다. 단 한 단어로 나는 놈을 면밀히 설명하고 인식 시킬 수 있다. 놈은… 퇴폐적이다. 내 주위나 혹은 길거리, 심지어는 TV나 영화에서도 놈보다 퇴폐적이게 생겨먹은 놈은 본적이 없다. 결정적으로 영진은 생긴 것에 걸맞게 하는 행동도 퇴폐적이다. 야한 새끼. 오늘도 분명 이름도 모르는 여자 집에서 하루 종일 뒹굴고 있을 것이 분명하다. 그 새끼는 분명 콘돔 같은 건 절대로 쓰지 않을 것이다. 가끔 걱정 되는 것이다. 혹시 그렇게 너절하게 몸을 굴리고 다니다가 에이즈라도 걸리는 것은 아닐까 하는…. 나를 유일하게 걱정하게 만드는 파렴치한 놈이다. 반가 후, 교문을 나서는데 이 일대에서는 본 적이 없는 회색 교복을 입은 놈이 교문 앞에서 얼쩡거리고 있다. 무시하고 지나가려는데 뒤에서 낯선 자식이 날 부른다. “저기요. 거기 키 큰 분.” 일단 매우 공손하게 부르는 녀석인지라 싸움을 걸기위해 교문 앞에서 어슬렁거리는 것은 아닌 것 같아 놈의 가까이 다가갔다. “뭐야.” 내 물음에 놈이 나를 그저 빤히 바라만 본다. “와~ 멀리서 봤을 때 보다 키가 더 크네요? 역시 나보다 조금 더 큰 건가…? 키가 정확히 몇 이에요? 187? 186?” 이 새끼 지금 남에 학교 앞에 와서 장난하나? 나는 그냥 놈을 무시하고 돌아 섰다. 붙잡거나 하면 한 대 갈길 준비를 하고 있었지만 놈은 나를 붙잡지 않았다. 집으로 가기 전에 영진이놈 집으로 향했다. 날씨는 짜증나게 무더워 당장이라도 집으로 가서 샤워하고 자고 싶지만, 역시 신경 쓰이는 놈인 것이다. “어머! 진우 왔구나!” “안녕하세요.” 녀석은 없는지 녀석의 어머니가 나를 반기신다. 영진이 어머니는 잘 나가는 연극배우인데, 정말 미인이다. 놈의 피부가 창백할 정도로 하얗고 외모가 이국적이게 생긴 것은 모두 어머님 때문이다. 녀석의 외할아버지는 영국인이라고 알고 있다. 아줌마는 영국인과 혼혈인 것이다. 조금 묘한 것은 직계인 아줌마가 영진이 놈 보다는 조금 덜 이국적으로 생기셨다. 허나 영진의 새카만 머리카락과는 다르게 어머님은 금발이다. “요즘 통 오질 않아서 우리 영진이랑 싸운 줄 알았어.” “제가 애도 아니고 싸움은 무슨….” “밥은 먹었니?” 아직 밥 때 되려면 멀었는데 아줌마는 엉뚱한 질문을 한다. “점심이라면 학교에서 급식 주잖아요.” “아차차! 그렇지?” 아무래도 어머님은 배우이기 때문인지, 집안일이나 영진의 사생활 따위엔 도통 관심이 없었다. “영진이 방에 올라가 있어.” “아니에요. 없으면 그냥 가죠 뭐, 어차피 내일 학교에서 보잖아요.” “그래도…. 저녁 먹고 가. 오랜만에 왔는데 이렇게 가버림 내가 너무 섭섭해.” 저…삼일 전에도 왔거든요!! 녀석의 어머니는 역시 배우라서 처량한 눈빛과 표정으로 나를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하게 만든다. “영진이 아마 금방 올 거야. 잠깐 영진이방에 올라가 있어. 내가 저녁 때 되면 맛있는 거 만들어 줄 테니까 꼭 저녁 먹고 가기다~” 아이처럼 해맑게 웃으시면서 내게 약속을 요구 하신다. 녀석과 어머니는 외모는 많이 닮지 않았다. 일전에 녀석의 영국인 외할아버지의 젊은 시절 사진을 본 적이 있는데 완전 영진이 놈과 붕어빵이었다. 영진이 놈이 눈이 머리처럼 새카만 것이 아니라, 파란 눈에 금발이었다면 완전 똑같았을 것이다. 그런 놈이 정말 어쩌다가 가끔 웃는 웃음은 녀석의 어머니와 너무나 똑같다. 녀석은 정말 아이처럼 맑게 웃는다. 퇴폐라는 표적이 얼굴에 있는 놈이 그런 맑고 순수한 미소를 짓는 다는 것은 믿을 수 없고 왠지 반칙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놈의 미소는 정말 7세 미만의 어린 아이 같은 아주 순진한 미소다. 그 미소를 가끔 보는 나도 미소를 보고 돌아서면 순간 놈이 지었다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다. 2층 위쪽으로 반 계단 정도 올라가 코너를 살짝 돌면 녀석의 다락방이 보인다. 다락방이라서 문 따위는 없다. 말이 다락방이지 천장이 비스듬한 것 빼곤 별로 다락방 같지 않다. 한 벽을 다 차지하는 커다란 창으로 들어온 빛으로 인해 방안은 반짝 거린다. 공기 중에 떠도는 먼지들도 가끔은 저렇게 빛을 내는 것을 보면, 역시 영진의 그 아이 같은 미소도 저런 먼지의 빛 같은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놈의 침대에 몸을 누인다. 역시 놈은 간밤에 들어오지 않은 모양인지 파란 침대 시트는 서늘하게 식어있다. 나도 모르게 살짝 잠이 들었었나 보다. 일어나 보니 방안은 깜깜한 어둠이 내리깔려 있었다. 부스럭 거리면서 일어나는데 담배 냄새가 났다. “한영진 너냐?” “….” 대답은 없지만 창가 쪽으로 고개를 돌리니, 놈이 밖을 내려다보며 담배를 물고 있다. “몇 시야?” “여긴 뭐 하러 왔어.” 뭐?! 아우~~! 저 싸가지 없는 새끼! “뭐 하러 오긴 새끼야! 네놈 새끼 면상 보러왔지!” 놈이 살짝 비웃듯 피식 거린다. 놈의 근처로 다가가자 연하게 정사의 향이 느껴진다. 뭐야!! 미친 새끼…. 뒹굴고 샤워도 안 했나? “너 샤워 안 했냐?” “피곤하니까 가라.” 하루 종일 그 짓거리만 하는데 피곤하기도 하겠지…. “싫어.” “….” “알았어 새끼야. 간다! 가! 근데 어머님은?” “…몰라.” 아줌마도 참…. 분명히 저녁 만들어 주신다고 약속까지 하시구선…. 놈은 내가 가든지 말든지 침대로 가더니 이불 속으로 들어가 버린다. 새끼… 샤워라도 하고 자지. 아래층으로 내려가자 집안이 어두운걸 보니 아주머니는 역시 나가신 모양이다. 이집 모자는 도통 이해 할 수가 없다. 영진이 내게 하는 태도는 욕을 한 대박 먹여도 시원치 않을 정도로 싸가지 없다는 생각이 들지만 역시 나는 놈이 꽤 마음에 들기 때문에 조금 봐주고 있다. 저런 식의 태도 중에 가끔 녀석의 진심이 출몰하면 나는 여간 그 순간이 즐거운 것이다. 그리고 감동인 것이다. 녀석을 처음 본 것은 중학교 2학년 때였지만 그때부터 친구였던 것은 아니었다. 놈은 지금도 그렇지만 언제나 이슈를 몰고 다니는 놈이었다. 나는 그때 꽤나 주색잡기에 빠져있었기 때문에 한 달에 여자를 다서 여섯 명씩 가라치우고 있었다. 나는 지금도 꽤 장신이지만 중학교 2학년 때도 학교에서 가장 컸었다. 중2 주제에 여고생들과 종종 사귀었던 것이다. 그때 놈이 막 전학 오려던 차에 나는 옆 반에 한 여자애랑 사귀고 있었다. 조금 귀엽게 생긴 애였는데 이름은 기억나지 않는다. 놈이 전학 오기 바로 전 날 이었는데 그 여자애는 집에 들어가기 전까지 한영진이란 자식의 이야기만 해댔다. 여자애 말로는 그놈이 여학생들 사이의 스타쯤 되는 놈인 모양이었다. 소위 얼 짱이라고 말하는 놈인 모양이다 하고 그냥 넘어갔는데 다음날 놈이 전학을 오고 이틀 만에 그 여자애가 나를 찬 것이다. 나는 그때 조금 황당했던 것 같다. 분명 그 여자애는 내가 사귀자고 한 것이 아니고 그 여자에가 나에게 사귀자고 했던 것이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 여자애랑 사귄지는 5일도 채 되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그때 나는 여자가 그다지 궁하지 않았고 그 여자애는 처절할 정도로 평범한 애라서 이미 질린 상태였다. 잘되었다 하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다음날 그 여자애는 한영진과 사귄다는 소문이 돌았다. 정작 나는 아무렇지도 않은데 내 친구 놈들이 더 난리였었다. 사실 나는 그렇게 되지 않을까 조금 예상 하기는 했었다. 그 여자애는 녀석이 전학을 오기 전 날, 녀석 이야기를 해대며 상당히 들떠 있었기 때문이다. 녀석이 그 여자애랑 사귀건 말건 나는 그다지 신경 쓰지 않고 생활 했다. 그 녀석이 궁금하다거나 하지도 않았다. 그러던 중 우연이도 놈과 얼굴을 마주 하게 되었다. 쉬는 시간, 나는 다음시간 책을 꺼내기 위해 사물함을 열고 있었다. 이제 갓 중2 주제에 나는 이미 키가 178센티였기 때문에 다른 놈들과는 다르게 고개를 숙이고 꺼내야 했다. “책 좀 빌리자.”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벌써 변성기가 다 마친 모양인지 매우 낮고 허스키한 보이스의 녀석이 내 등 뒤에서 누군가에게 책을 빌리고 있었다. “안 들려?” !!!!! 갑자기 누군가 나를 슬쩍 밀치더니 내 사물함으로 허리를 숙여 안을 들여다보는 것이었다. 나와 마찬가지로 키가 큰 놈이었다. 순간적으로 나는 이놈이 그 소문의 한영진이란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우리 학교 2학년 중에 나보다 키 큰 놈은 그때 전교에 한명도 없었기 때문이다. 놈은 내 사물함에서 국어(상)을 꺼내더니 책 모서리에 있는 내 이름을 눈으로 훑었다. “이진우? 반드시 돌려주마.” 내 책을 들고 뒷문으로 사라진 놈은 그 뒤로 내 책을 돌려주러 오지 않았다. 녀석은 분명 반드시 돌려주겠다는 말을 했었다. 그때 그런 말만 녀석이 하지 않았다면 나는 다른 반 놈의 책을 슬쩍 가져와서 본다든지 했었을 것이다. 허나 놈은 그런 말을 해 놓고 돌려주러 오지 않았다. 나는 약간 열이 받아서 놈의 반으로 찾아갔다. 놈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창가 쪽 가장 뒷자리에 놈이 엎드려 자고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서 깨우려고 했지만 왠지 깨울 수가 없었다. 창백한 얼굴로 너무나 곤하게 자고 있었던 것이다. 지금 생각해 보면 아마도 그 전날 여자랑 뒹굴어서 그러려니 하겠지만 그때는 잘 몰라서 조금 측은 했던 것 같다. 나는 그 반의 놈을 하나 잡아서 녀석의 사물함을 물었다. 전학 온 놈이라 그런지 가장 끝에 있는 사물함 이었다. 사물함 근처로 가서 보는데 왠지 기분 탓인지 뭔 진 모르겠지만, 놈의 사물함 주위만 묘하게도 찌그러져 보였다. 놈의 사물함에는 다른 놈들과는 다르게 자물쇠 하나 달려있지 않았다. 문을 연 나는 망연하고 말았다. 쓰레기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심하게 지저분해 보였다. 책 자체가 쓰레기 같았다. 그때 나는 아마도 놈은 책을 보고 다소곳이 집어넣는 것이 아니라 아무렇게나 사물함 안으로 내리 꽂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놈이 하는 행동을 보면 역시 나의 예상은 적중한 것이지만, 놈의 책을 처음 본 나는 정말이지 조금 놀랬던 것이다. 책은 거의 걸레 조각이나 다름없었다. 사물함으로 집어 던지면서 책 모서리건 어디건 다 찢어져 있었다. 나는 순간 놀라서 내 책을 열심히 찾아보았지만 내 책은 보이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놈의 국어책을 들고 교실로 돌아왔다. 놈이 자신의 책을 찾으러 우리 반 교실로 온다면 한 판 붙어 볼 생각이었다. 놈이 꽤나 재수 없게 느껴졌던 것이다. 건방진 자식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아무리 기다려도 녀석은 우리 반 교실에 나타나지 않았다. 가끔 조회를 슨다거나 체육시간에 같이 운동장에 모일 때가 있었는데 놈은 전혀 나를 기억하고 있지 않았다. 국어책 따위 신경 쓰지 않는 것이다. 철저하게 무심한 놈이었다. 결국 나는 국어(상)이 국어(하)로 바뀔 때까지 걸레 같은 녀석의 국어책으로 공부해야 했다. 놈의 첫 인상은 유쾌하지 못했다. 그래서 더 기억에 남는 건지도 모르겠다. 계절이 바뀌고 3학년으로 올라가자 우연인지 놈과 같은 반이 되었다. 놈과 나는 학교에서 가장 컸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짝이 되었다. 나는 놈과 첫 수업을 들었던 날 절대로 놈에게 먼저 말 따위 건네지 않겠다는 유치한 투지로 똘똘 뭉쳐있었다. 4교시까지 놈에게 전혀 말도 걸지 않고 눈길도 주지 않았다. 놈도 딱히 신경 쓰는 것 같지는 않았다. 나와 친한 패거리 놈들은 죄다 다른 반이었기 때문에 점심시간 나는 친구 녀석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영진이 내게 말을 건넸다. “식당에 가지 않겠어?” “뭐?!” 나는 깜짝 놀랐다. 놈이 상당히 다정히 내게 말을 건넸기 때문이다. “점심 먹지 않을 거야?” “아니, 머…먹어야지.” “일어나.” 얼떨결에 놈과 함께 식당으로 향하게 되었다. 복도를 걸어가는데 춘삼월이지만 날씨는 쌀쌀하여 창으로 찬바람이 들어왔다. 하얀 입김을 뿜는 녀석이 묘하게 보였다. 나도 피부는 하얀 편인데 놈은 하얗다 못해 창백해 보이기까지 했다. 그때 나는 놈이 혼혈의 자손인지도 모르고 추워서 파리해진 줄 알았었다. “이름이 뭐야?” 난데없이 놈이 이름을 묻기에 얼떨결에 나도 모르게 ‘이진우’라고 대답했다. 누구나 갑자기 이름을 물으면 대부분은 대답하기 마련이다. “한영진이다. 이진우 앞으로 잘 부탁한다.” !!!!! 순간 놈이 아이처럼 미소 지으며 내게 악수를 건넸다. 중학생 주제에 그런 멋진 척 하는 행동은 충분히 재수 없어 보일만한데 놈은 멋진 척이 아니라 진짜로 멋져 보였다. 진심을 담아서 웃는 아이 같은 미소에 녀석에 대한 나의 악 감정이 스르르 녹는 것이 느껴졌다. 손을 맞잡고 창문 너머를 보자 새하얀 목련이 꽃 봉우리를 트기위해 준비하는 것이 보였다. 녀석의 태도에 유치하게 먼저 말 따위 걸지 않겠다고 오전 내내 벼루고 있었던 내 자신이 상당히 우습게 느껴졌다. 동시에 놈이 꽤나 멋진 놈으로 느껴졌다. 그러나 당연히 놈보다 더욱 멋진 내가 아량을 베풀어 놈을 살짝 내 친구 대열에 껴주기로 했다. 다음날 내가 가정방문을 한 것이 어느 정도 효력이 있었던지 영진은 지각도 하지 않고 학교에 나와 있었다. 4분단 맨 끝줄에 놈과 나는 앞뒤로 앉는다. 나는 내 뒤에 엎드려있는 녀석을 힐긋 바라 봤다. 책상위에 아무렇게나 올려져 있는 하얀 손이 시려 보인다. 나도 자리에 앉아 책가방을 걸고 뒤돌아 녀석의 손을 살짝 쥐어본다. 여름이지만 어름처럼 차갑다. 정말 예쁜 손이다. 여자와는 다른 종류의 잘빠진 느낌의 손이다. 파란 힘줄이 살짝 튀어나와 있지만 그것이 더욱 놈의 손을 돋보이게 만든다. 여자는 이런 게 나오지 않는다. 놈의 손을 쥐고 있는 내 손은 심하게 투박하다. 중학교 때 유도를 했기 때문에 여기저기 굳은살로 인해 울퉁불퉁하다. 아직 이른 시간이라 교실에는 빈자리가 많다. 녀석의 손을 툭툭 건들고 있는데 묘한 시선이 느껴져서 고개를 들어 보니 뒷문으로 어떤 조그마한 놈이 나를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다. 나는 슬쩍 일어나서 그 조그마한 놈에게 다가갔다. “뭐야.” “저…저기….” 또냐? 씨팔…. “잠깐 저랑 얘기 좀…. 키가 내 어깨도 오지 않는 놈이 나를 끌고 간 곳은 음악실이었다. 주머니에 손을 찔러 놓고 놈을 빤히 바라보는데 심하게 몸을 벌벌 떤다. “저…저기 선배 좋아해요!” 눈을 질끈 감으며 말하는 놈이 조금 귀여워 보이긴 하지만 놈은 엄연히 사내자식이다. 고등학교를 올라오면서 꽤 예쁘장하게 생긴 놈들이 내게 와서 고백을 해대기 시작했다. 처음엔 황당하고 기분이 더러워서 몇몇을 아주 떡이 되도록 흠씬 두들겨 패 준일도 있었지만 곧 잠잠해지면 다시 고백을 하러 찾아오는 것이다. 마치 좀비 같은 놈들이 처음엔 당황스러웠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이것도 지겹기만 해서 놈들이 알아서 떨어지기를 기다리기만 했다. “저기…뭐…뭔가 사귀자고 고백한 건 아니에요. 그냥…저…내일 광주로 전학 가는데 고백이라도 하고 싶어서…그러니까….” 혼자서 말하고 혼자서 이별을 한다. 내게 고백하는 놈들은 대게 고백을 하자마자 내가 아무런 대꾸없이 가만히 있으면 저 혼자서 이별하고 돌아선다. 웃기는 놈들이다. 섣불리 내가 뭔가 말을 하면 고백하는 놈들은 백 발 백 중 다 눈물을 흘리기 때문에 나는 입을 꼭 다물고 가만히 있는 것이다. “미…미안해요!” 끝내 놈이 눈물을 흘리더니 저 혼자 이별하고 음악실을 도망치듯 나가버린다. 미친 새끼…. 여자랑 놀기도 지겨웠었다. 대부분이 똑같았다. 만나고 헤어지고, 만나고 섹스하고 헤어지고, 고등학교를 진학하고부터 여자들과 사귀지 않아서 인지 내가 게이라는 말도 안 되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야리야리한 놈들이 내게 고백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내가 어딜 봐서 게이같이 생겼다는 건지…. 그 소문을 낸 놈은 잡히면 아주 가만 두지 않을 것이다. 쉬는 시간이면 언제나 우리교실에 찾아오는 놈이 있다. 유명한 놈인데 머저리 같은 놈들이 뭉쳐있는 1진 녀석 무리에 있는 얼굴이 꽤 반반한 놈이다. 무슨 원호라고 한 것 같은데 성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준성아. 국사 책 좀 빌리자.” 원호란 자식이 내 짝에게 국사 책을 빌린다. 장담하건데 저 자식은 절대로 국사책을 놓고 갈 것이 분명하다. 저 자식은 매 시간마다 오는데 언제나 교과서를 빌리러 왔다고 말하면서 수업시간 종이 치면 정작 빌리러 온 책은 준성이 놈 책상위에 그대로 둔 채로 나가 버린다. 남자새끼가 얼굴은 시뻘게 져가지고…. 저 새끼를 보면 기분이 더러워진다. 새끼가 같은 남자인 주제에 준성이 놈 옆에 붙어서 여기저기 만져 대려고 난리다. 1학년 땐 두 녀석, 같은 반 이었던 모양인데 친하기는 정말 친한 모양이다. 나 같으면 신경질 나서 손을 쳐내겠지만 준성이놈은 그냥 가만히 있다. 그 모습에 짜증이 나서 일어나 교실을 나가는데 얼른 내 빈 의자에 원호란 놈이 앉는다. 저 새끼 도대체 뭐야!!! 한 대 빨기 위해 화장실로 향했다. 화장실 안에는 이미 연기가 자욱했다. 영진이 놈은 먼저 와서 이미 한 대 물고 서 있었다. 대부분 화장실 칸에 들어가서 피지만 놈은 워낙에 상식이 없는 놈인지라 밖에서 피고 있다. 놈을 끌고 화장실 제일 끝 칸으로 들어간다. “너는 왜 그렇게 조심성이 없냐?” “….” 내 잔소리에 짜증이 나는지 놈이 아까운 장초를 변기로 던져버리고 나가버린다. 개새끼…. 교실에 돌아오니 자리에는 그 원호란 자식과 준성은 보이지 않았다. 둘이 땡땡이를 쳤는지 어쨌는지 준성은 4교시가 시작할 쯤 약간 교복이 흐트러져서 교실로 들어온다. “이준성 너 어디 갔다 오냐?” “….” 싸가지 없는 새끼…. 역시나 내 말을 씹는다. 이 자식은 얌전하게 생겨서 싸가지는 졸라 없는 것이다. 오랜 만에 느긋하게 영진이 놈과 집으로 돌아가는데 난데없이 어떤 놈이 길을 막는다. 나는 약간 성질이 나서 노려보는데 영진은 그냥 무심하게 놈을 피해서 길을 걸어간다. 나도 그냥 피해서 가려는데 우리의 앞길을 막았던 놈이 내 팔목을 붙잡는다. “선배.” 선배란 말에 힐긋 보니, 아무리 봐도 모르는 놈이다. 나보단 조금 작지만 꽤 큰 키라서 인지 놈은 나와 눈높이가 맞았다. 나와 눈높이가 맞는 놈들은 흔치 않아서 아는 놈이라면 알아볼 만한데 놈은 전혀 기억에 없다. 교복은 분명 우리 학굔데…. “저 몰라요? 며칠 전에 교문에서….” 곰곰이 생각해 보니 월요일 영진이 학교에 나오지 않았던 날 교문에서 회색 교복을 입고 날 붙잡았던 미친 새끼였다. 교복이 바뀐 걸 보면 아무래도 전학을 온 모양이다. “용건이 뭐야.” “용건이라기보다… 제 이름 모르시죠?” 네 녀석 이름 따위 내가 알게 뭐야. “서도훈입니다. 꼭 기억하세요. 앞으로 자주 볼 테니까…. 그건 그렇고 선배는 저기 앞에 가는 사람이랑 무슨 관계예요?” 무슨 관계? 순간 별것 아닌 질문인데 묘한 질문이란 생각이 들었다. 아주 순간 적으로…. “꺼져.” 갑자기 기분이 더러워져서 혼자서 나불거리는 놈을 두고 뒷모습만 보인 채 걸어가는 무심한 놈을 향해 걸어갔다. 개새끼 좀 기다리지…. 뒤에서 도훈이란 자식이 뭐라고 계속 지껄여 대지만 전혀 들리지 않는다. 무심한 머리카락. 무심한 어깨. 무심한 팔. 무심한 녀석이 자꾸만 내 신경을 건드린다. ⊂2⊃.....................................좋은걸 어떡해 “선배 진짜에요? 야~ 유도하면 키 안 큰다던데 아닌가 보네?” 이 개새끼 누가 좀 데려가지…. “유도래 봐야 중학교 때 2년 했을까 말까다.” 씹. 내가 왜 대꾸를 해주고 있는 거냐? 점심시간 식당에서 영진이와 마주 앉아 밥을 먹고 있는데 이번에 전학 왔다는 그 1학년 놈이 자꾸만 귀찮게 달라붙는다. 놈은 그날부터 계속 내 뒤를 졸졸 따라다닌다. 놈은 거머릿과 인 것 같다. 서도훈이란 이놈은 전혀 수치심이나, 자존심 따위는 없는지 아주 가관인 놈이다. “선배 당근 못 먹어요?” !!!!! 씨팔새끼!!!!!!!!!!!!!!!!!!!!!! 사내답지 않게 정말 병신 같은 내 최대의 약점을 놈이 캐치해 버렸다. 열 받아서 내 왼편에 바싹 붙어 있는 놈의 반대쪽으로 고개를 돌리며 인상을 구기는데 놈이 황당한 소리를 한다. “진짜 귀엽다!” !!!!! 미… 친놈. 순간 나도 모르게 놈의 말을 듣고 내 맞은편에 앉아서 조용히 식사를 하고 있는 영진을 힐긋 바라봤다. 녀석은 전혀 우리 대화에 신경 쓰지 않고 정갈하게 식사를 하고 있다. 새하얀 밥알보다 놈이 더 하얗게 보인다. 밥을 초인의 스피드로 장에 퍼 넣은 후 얼른 자리를 떴다. 더부룩한 배를 잡고 학교 뒤에 바로 붙어있는 작은 뒷산으로 올라갔다. 뒷산에는 닭장이 있는데 닭은 보이지 않는다. 산 위에 있는 작은 창고 뒤로 가서 담배를 물고 불을 당겼다. 별 미친놈 다 보겠네 라는 생각을 들게 만드는 놈. 서도훈이란 자식은 꼬박꼬박 나에게 선배라고 말하지만 묘하게 조롱하는 투다. 기분 나쁠 정도로 후배 주제에 여유가 넘친다. 넉살이 특출하게 좋은지 막말을 하고 욕을 해도 달라붙어서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는다. 왜 이렇게 귀찮지? 생각해 보니 영진이 놈과 붙어 지낸 뒤로 친구나 후배 따위 사귄 적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 영진이 놈 신경 쓰느라 다른 놈들에게 소홀히 하다 보니 나에겐 친구라고는 한영진 자식이 전부였다. 뭐, 어차피 놈도 친구라고는 나밖에 없으니 마찬가지인 셈이지만…. 외향적이었던 내가 그동안 인맥이 이렇게 현저히 줄었다는 것이 슬쩍 자존심이 상한다. 어찌 보면 그것은 영진이 놈 탓이 크다. 나 같은 경우는 사람들에게 주목되고 대외적인 성격인 반면에 영진이 자식은 딱 아웃사이더의 그것이다. 놈이 친구가 없는 것은 사람들이 놈을 피하는 것이 아니라 놈이 사람을 가리기 때문이다. 그런 놈이 나는 받아들이고 있다. 순간 묘한 고양감이 들면서 혼자서 감동하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여럿의 친구보다는 역시 한명의 진실한 친구가 낫다는 생각이 든다. 추락했던 기분이 다시 원 기류를 회복하면서 나는 느긋하게 뒷산을 내려왔다. 이 뒷산은 나 혼자만의 공간이다. 영진이 놈도 한 번도 데러 온 적이 없다. 그냥 나 혼자서만 차지하고 싶어서 몰래 아주 가끔 들르곤 한다. “한영진…선배.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렇게 여유만만이죠?” 도훈은 진우를 전혀 신경도 쓰지 않는 영진이 이해되지 않았다. 자신이 생각하기에 영진은 분명 진우를 특별하게 여기고 있다. 정확히 어느 정도의 마음인지는 알 수 없지만 자신과 같은 종류의 마음이라는 것은 같은 사람을 바라보는 이로써 알 수 있었다. 아무런 대꾸없이 식사를 마친 영진은 도훈을 무시한 채 자신의 식판과 진우가 그대로 내버려 두고 간 식판을 조용히 치운다. 도훈은 그 모습이 영진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이 든다. 저 남자는 도대체 모르겠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뭘 원하는 건지 전혀 감이 잡히질 않는다. 확실한 것은 자신과 같지는 않지만 비슷하게 진우를 특별히 여기고 있다는 것이다. 아까 진우는 보지 못했겠지만 도훈이 진우에게 귀엽다고 말했을 때 순간적으로 영진이 도훈 자신을 노려봤었다. 살기가 가득 담긴 눈빛이었다. 아주 순간 적이었지만 자신이 잘 못 본 것이 아니었다. 도훈은 꽤 싸움질을 하고 다녔기 때문에 살기를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어디까지 모두 도훈의 가설로 정말 영진이 진우를 자신과 같은 마음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인지는 명확하게 확신 할 수가 없다. 만약 영진이 진우와 같은 마음이라면 조금 위험하다. 영진은 경쟁상대로는 만만치 않은 상대이기 때문이다. 외모라면 자신도 빠지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영진의 외모는 남다른 데가 있다. 자신이 그냥 잘 생긴 것이라면 영진은 위험하게 잘생긴 것이다. 결정적으로 분위기 자체가 보통사람들과는 달랐다. “선배. 제가 진우선배에게 다가가도 상관없습니까?” 도훈의 과감하고 맹랑한 물음에 영진이 처음으로 도훈에게 눈을 마주쳐 준다. 몰랐는데 까만 눈동자가 이상하리만치 맑고 투명하다. “…병신새끼.” 영진은 그 한마디만 남기고 교내식당을 나가버린다. 그저 흔한 욕인데 도훈은 그 ‘병신새끼’란 말을 곰곰이 생각해본다. 그런 욕도 영진의 입에서 나온 것이라 뭔가 의미가 있을 것 같은 것이다. 욕은 들었지만 영진이 다가가지 말라는 말은 하지 않은 것으로 도훈은 좋게 생각하기로 했다. 도훈은 꽤 낙천적인 성격인 것이다. 역시 영진은 진우를 그저 친하고 조금 아끼는 친구 정도로 여기는 것 같다. 자신의 말의 의미는 분명 진우에게 이성적으로 다가간다는 말이라는 것을 영진은 알아들었다. 하지만 전혀 저지하지 않았다. 영진이 진우를 좋아했다면 분명 유치한 질투 정도는 했을 텐데 전혀 그런 것이 없었다. ‘병신새끼’라는 욕도 그저 남자가 남자를 그런 식으로 바라본다는 것에 대한 욕인 듯싶었다. 순간 욕을 들어 놓고도 기분이 좋아진 도훈은 진우가 간절히도 보고 싶어진다. 교내 여기저기를 둘러보지만 진우는 보이지 않는다. 쌍꺼풀 없이 큰 눈에 매끈한 코와 남자치곤 심하게 붉은 그의 입술을 보고 첫눈에 반해 버렸다. 처음엔 도훈 자신도 자신의 감정을 부정 했었다. 진우는 잘생긴 편이지만 전혀 여성스럽지는 않은 것이다. 여성스럽기는 커녕 심하게 남성스러웠다. 187센티의 장신의 그는 자신 보다 2센티 가량 크지만 묘하게 남자의 본능을 자극시킨다. 처음 봤을 때도 그랬지만 보면 볼수록 그 커다란 사람을 품안에 넣고 싶어서 미칠 것 같았다. 아닌 척 하지만 어설픈 행동들이 귀여운 사람이다. 그런 생각을 하는 것은 자신만이 아닌 모양인지 알아본 바로는 지금껏 많은 남자들에게 고백을 받았던 모양이다. 그가 그 고백한 놈들을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분명 그 자식들은 모두 자신과 마찬가지로 이진우라는 남자를 품안에 넣고 싶었던 것일 게다. 도훈은 장담할 수 있었다. 뒷산에서 내려와 교실로 돌아오니 영진이 보이지 않는다. 놈의 얇은 쌕은 그대로 있는데 놈만 보이지 않는다. 가방이 있다고 놈이 학교에 있을 거라는 생각은 말아야 한다. 순간 가방 안에 뭐가 들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흰색과 빨강색으로 된 놈의 쌕은 새것 같이 깨끗하다. 책상에 올려놓고 살짝 지퍼를 열어본다. 그럼 그렇지…. 안에는 아무것도 들어있지 않았다. 앞주머니에 종이가 보여서 꺼내보니 웬 명함들이 수두룩하다. 대부분 여자이름 명함이다. 반수 이상이 술집여자 명함이다. 평범한 고2 학생이라면 이런 명함 같은 것을 가지고 다닐 리가 없다. 나는 순간 뭔가 불쾌해저서 놈의 가방에 있는 명함들을 죄다 쓰레기통에 던져버렸다. 땡땡이 쳤을 거란 내 예상과는 다르게 영진은 6교시가 시작하자 교실로 들어온다. 선생은 놈이 수업 중에 들어오건 말건 제제를 하지 않는다. 내 뒤에 조용히 앉는 놈에게 묘한 향이 느껴진다. 녀석은 유일하게 우리 반에서 혼자 앉는다. 자리는 담임이 정해준 자리라 임의로 바꿀 수가 없다. 슬쩍 뒤를 돌아 놈을 보니 녀석의 목 언저리가 드문드문 붉다. 미친 새끼! 언제나 연한 핑크빛의 놈의 입술이 평소보다는 조금 붉어 보인다. 기분이 더럽다. 영진이 놈과 교문을 나서고 있는데 우리 앞으로 까만 승용차 한 대가 선다. 슬쩍 안을 보니 미술 선생이 타고 있다. “영진이 지금 가는 거야?” 미술 선생이 창을 내려 고개를 내밀고 영진이에게 묘하게 친근히 굴며 야릇한 미소를 짓는다. 저 여자랑 했구나. 여자의 태도로 봐서 6교시 시작까지 놈과 같이 있던 여자는 저 여자란 것이 쉽게 판명이 난다. 녀석과 한번 관계한 여자들은 놈을 잊지 못한다. 여자는 무심히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고 서있는 영진이에게 손을 뻗는다. “타. 데려다 줄게.” 웃기는 선생이다. 한 학생에게 너무 특별대우 하는 것 아닌가? 교문 앞에서 이게 무슨 짓거리란 말인가? 순간 황당했지만 어차피 영진이 저 여자 차를 탈 리는 없기 때문에 나는 뒤 돌아서 교문을 나서려 했다. 하지만 순간 차 문이 열리는 소리를 듣고 돌아서지 않을 수 없었다. 영진이 미술 선생의 차에 타고 있었다. 저 새끼가! 씹! “야! 한영진!” 차문을 닫기 전에 녀석이 닫으려는 문을 붙잡았다. “문 좀 놔줄래? 지금 출발할거거든.” 여선생의 말에 순간 얼굴에 열이 오른다. “선생님 한 학생에게만 이런 특별대우 해도 되는 겁니까?” “특별하니까 특별대우 하는 거지. 저리 좀 비켜줄래?” 이런 미친년! 도무지 교편을 잡고 있는 선생이 할 말이 아니다. 미술 선생은 날라리 선생이란 말이 돌 정도로 선생 같지 않은 선생이었다. 하고 다니는 형색도 선생이라기보다는 술집여자 같았다. 나는 문을 쾅 소리 나게 닫고 재빠르게 뒷 자석의 문을 열고 탔다. “너 뭐니?!” “영진이 집으로 데려다 주신다면서요. 저희 집 가는 길이니까 영진이 집까지만 데려다 주세요.” 내 말에 황당해 하던 선생이 어쩔 수 없지 라는 듯 한 표정을 짓더니 차를 출발시킨다. 여자는 운전을 하는 내내 오른편에 앉은 영진을 힐끔거리기에 바쁘다. 영진은 여자를 전혀 신경 쓰지 않고 무심히 자신의 오른쪽 창을 바라본다. “영진이 마르기만 한 줄 알았더니, 아니더라~” 잠시 차가 신호에 걸리자 여자가 영진의 까만 머리카락을 슬쩍 건드리면서 묘한 말을 내 뱉는다. 여자의 붉은 매니큐어가 내 신경에 거슬린다. 요즘의 영진이 자식은 짜증날 정도로 마음에 안 든다. 2학년에 올라와서부터 더 난잡하게 놀고 다닌다. 설마 선생에게 까지 손댈 줄은 몰랐다. 녀석의 집 앞에 도착하자 선생은 아쉬운 듯 차에서 우리와 함께 내리더니 녀석에게 바싹 다가가 귀에 뭐라고 속닥거린다. 영진은 귀찮은 듯 여자의 머리를 살짝 밀어내더니 인사도 없이 집안으로 들어간다. “선생이 그래도 됩니까?” 내 말에 차에 타려던 여자가 돌아서서 나를 바라본다. “선생이기 이전에 나도 여자거든.” 유쾌하게 말하는 선생이 이상하게 당당하게 보인다. 선생과 제자의 비상식적인 관계를 당당하게 말하는 여자가 조금은 멋져 보인다면 내가 미친 걸까? 차에 타려던 여자는 내 가까이 다가오더니 아주 낮게 속닥거린다. “너 영진이가 느낄 때 어떤 표정 짓는지 모르지?” “!!!!!” “영진이 맨살이 몸에 달 때 느낌 같은 거…모르지? 차가운 피부가 서서히 열이 나면서 마지막엔 누구보다 뜨겁게 불타올라버려. 연한 핑크 입술이 키스하고 나면 얼마나 붉어지는지 너는 모를 거야. 너는 아무것도 모르면서 왜 재수 없게 그딴 눈빛으로 나를 보는 거니? 너 웃긴다.” !!!!! [너 웃긴다.] 내가? 망연히 서 있는 나를 남겨두고 까만 승용차는 조용히 미끄러져 넓은 도로로 빠져 나간다. 아무 생각이 들지 않는다. 차 꽁무니를 바라보며 그저 선생주제에 에쿠스라니…라는 생각을 멍청히 하고 있을 뿐이다. 빠르게 녀석의 집안으로 들어갔다. 집안은 조용하다. 아줌마는 대구에 공연하러 내려가신 걸로 알고 있다. 얼른 녀석의 다락방으로 올라가자 4개의 개단위의 다락방에 녀석이 보인다. 샤워라도 할 모양인지 전라의 몸으로 담배를 입에 물고 서랍에서 속옷을 꺼내고 있다. 느끼는 얼굴? 맨살의 감촉? 키스하고 붉어지는 입술? 내가 그런 거 알 리가 있나…. 놈은 언제나 무표정이다. 아주 가끔…내 손에 꼽을 정도로 환하게 미소 지어 준적은 몇 번 있지만, 녀석의 표정 따위 나는 모른다. 녀석의 생각 따위 나는 모른다. 놈과 친구가 된지 3년 가까이 되어가지만 도무지 놈에 대해 아는 것이 전혀 없다. 녀석이 좋아 하는 게 뭐지? 싫어하는 건? 어떤 음식을 잘 먹더라? 모르겠다. 전혀 모르겠다. 부족한 것투성이다. 멍하게 서있는 사이 놈은 어느새 욕실로 들어갔는지 개단 아래 2층에서 물줄기 소리가 들린다. 방안 가운데 조그마한 원형 테이블 위에 말보르 레드가 놓여 있다. 한 개비 꺼내서 다 필 동안 녀석이 샤워를 마치고 물을 뚝뚝 떨어뜨리면서 걸어 올라온다. 브리프 한 장만 걸친 녀석은 너무나 매끈해 보인다. “맥주 줄까?” 놈이 내 곁에 오더니 내 어깨를 슬쩍 건드리면서 다정하게 묻는다. 왜 갑자기 다정하게 구는 걸까? 놈은 정말 가끔 너무나 터무니없을 정도로 다정하게 말을 건넨다. 다음날이면 또다시 무심한 인간이 될 거면서 아니…바로 5분 뒤에도 놈은 순간적으로 무심한 놈으로 변모할 것이 분명하다. 어떤 게 진짜일까? 종잡을 수 없는 놈. 맥주를 가져와 내게 건넨 녀석은 느릿하게 면바지 하나를 걸친다. 나는 차가운 맥주를 내려놓고 녀석의 곁으로 가서 수건을 들어 머리를 닦아 준다. “뭐야.” “머리… 카펫이 다 젓잖아.” 내 말에 녀석은 테이블 앞 의자에 앉더니 가만히 내게 머리를 맡긴다. 눈을 감고 있는 녀석의 속눈썹이 얄미울 정도로 길다. 머리를 다 닦아 내자 녀석이 살짝 미소 지으며 하얗고 예쁜 손으로 내 머리카락을 마구 흩트려 놓는다. 고맙다는 뜻이다. 좀 더 크게 웃어주면 좋을 텐데…. 너를 보면 탐구하고 싶어져. 왜 더 알고 싶어지지? 왜 질리지 않는 걸까? 왜 부족하다고 느끼는 걸까…. ⊂3⊃.....................................좋은걸 어떡해 나는 요즘 고민이 많다. 정확히 말해 고민이 많다기보다 궁금한 것이 많다. 내 유일한 친구 한영진에 대해 내 나름대로 연구를 실시하기로 시작했다. 놈과 나는 명색이 베스트프렌드라는 것인데, 정신을 차리고 나니, 나는 놈에 대해서 알고 있는 것이 거의 없었다. 그래도 한 가지 확실 한 것은 한영진을 알고 있는 어느 누구보다도 놈에 대해서는 내가 가장 많이 알고 있다는 확신은 할 수 있다. “참내! 이진우 너 이게 뭐니? 그것도 그림이라고….” 씨팔!!!! 미술시간, 묘하게 며칠 전부터 미술선생이 자꾸만 나를 갈군다. 아마도 그날 영진을 데리고 가려고 했는데 나 때문에 일이 꼬여서 시비를 거는 것일 게다. 이 여자야! 나도 당신 보면 불쾌하다고!!! 학생에게 그게 할 짓인가? 게다가 그딴 말을 내게 왜 하는 건데?! 느끼는 얼굴? 웃기고 있네!! 씩씩 거리면서 오늘 과제인 수채화를 그리고 있는데 붓에 힘이 들어간다. 나는 그만 80%이상 완성한 그림을 망치고 만다. 내 뒤에 있던 미술선생이 슬쩍 비웃는 것이 느껴진다. 씹!!!!!!!!!! 영진이는 오늘 학교에 나오지 않았다. 그딴 식으로 굴다가 졸업이라도 할지 걱정이다. 3교시쯤 되자 갑자기 영진이 교실에 나타났다. 힐끔 보니 어디서 자다 온 모양이다. 눈이 미미하게 부어있다. “너 왜 이제와.” “시끄러.” 놈이 날 귀찮다는 듯이 책상위로 엎드려 버린다. 아…진짜 욕 나오려고 하네! 잔뜩 삐져서 씩씩 거리고 있는데 내 자신이 우습게 느껴진다. 내가 언제부터 타인의 말 한마디에 신경 쓰고 살았지? 열 받아서 내 비밀 장소인 학교 뒷산으로 담배나 한 대 필 요량으로 올라가는데 이미 어떤 놈들이 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자세히 보니 내 짝인 이준성과 놈과 붙어 다니는 원호란 놈이다. 멀리 있어서 무슨 이야길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둘이 창고 벽에 기대어 앉아 속닥거리고 있다. 준성은 가만히 미미하게 미소 지으면서 원호란 놈이 약간 방정을 떠는 것을 바라보고 있다. 묘하지만 둘이 꽤 잘 어울린다. !!!!! 뭐…하는 거지? 순간 갑자기 준성이 원호란 녀석의 턱을 손으로 잡아 올리더니 키스하기 시작한다. 나는 깜짝 놀라서 슬쩍 뒤로 발을 돌리려다 키스에 열중하는 준성과 눈이 마주치고 말았다. 녀석은 키스하면서 눈도 감지 않고 나를 매섭게 노려본다. 놈이 저런 표정과 눈빛을 짓는 것은 본 일이 없어서 나는 그만 병신처럼 당황하고 만다. 뭐지? 혹시 그…호모라는 건가? 나는 담배고 뭐고 간에 얼른 뒷산을 내려오고 말았다. 5교시는 국사시간으로 반 놈들 과반수이상이 책상에 엎드려 자고 있다. 국사 선생은 상당히 늙은 데다, 별달리 까다로운 선생이 아니라 학생들은 대다수 만만하게 여기고 막 대하기 일 수였다. 그래도 선생은 별다른 제제를 하지 않는다. 왼쪽에 앉아있는 이준성의 단정한 얼굴을 바라본다. 아까랑은 다르다. “야.” 작은 목소리로 녀석을 부르자 놈이 나를 바라본다. 막상 불렀지만 별달리 할 말이 없다. 아니…궁금한 것은 많은데 입 밖으로 꺼낼 수 있는 말이 없다. 내가 말이 없자 놈이 다시 고개를 돌려 버린다. 이 자식은 수업시간에 절대로 졸지 않는다. 그다지 공부를 잘 하는 것 같지도 않던데…. 게다가 분명 아까 나랑 눈이 마주 쳤는데 별로 쪽팔린다거나 하지 않는 것일까? 혹은, 내가 놈들에 대해서 변태호모라고 놀린다거나 소문을 낼 거란 생각은 안 하나?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는 놈이 갑자기 무섭게 느껴진다. 이자식도 완전 싸이코 같은 놈인 모양이다. 수업이 끝나고 어딘가 가려는 영진을 붙잡았다. 어딘가라고 해봐야 여자들 집이나 호텔이겠지만…. 녀석은 약간 짜증나는 얼굴을 하더니 얌전히 나와 함께 집으로 향한다. “야. 한영진 너 요즘 뭐야.” “…뭐가.” 미친놈이 길거리에서 밝은 대 낮에 교복을 입고도 당당하게 담배를 물고 불을 당긴다. 솔직히 2학년 올라오고서부터 영진은 조금 이상하다. 너무… 겉도는 것이다. 놈이 여자를 좋아하는 건 애초부터 알고 있었다. 사실 나도 고1때 까지는 종종 여자랑 뒹굴고 다니긴 했지만 놈처럼 난잡하게 굴지는 않았다. 뭔가 꼬인 것이다. “솔직히 말해.” “….” “너 무슨 일 있냐?” “미친….” “뭐 임마!!” “네가 뭔데 마누라처럼 잔소리야. 귀찮게….” 뭐?! 귀찮아? 씨팔. 내가 뭘 그렇게 잔소리를 했다고! 네놈새끼 걱정하는 게 나 말고 누가 있냐! 열 받아서 씩씩 거리는데 놈이 자신도 말이 좀 심했다고 생각했는지 내 머리카락을 슬쩍 쓰다듬는다. 놈이 만져 주면 묘하게 기분이 썩 좋아지는 것이 이상하다. 화가 좀 풀리려고 하는데 놈이 내 귓가에 대고 하는 말에 나는 다시 화를 낼 수밖에 없었다. “섹스하고 싶어.” !!!!! “뭐?! 너 무슨 발정이라도 났냐?! 솔직히 미술선생이랑 한 것도 제정신이 아닌 거 아냐? 어떻게 선생이ㄹ….” “매일 하고 싶어.” 이자식이! “매일 매일 정신이 나가도록 하고 싶다. 왜. 선생? 그게 뭐가 문제야. 하고 싶어서 하겠다는데.” 사춘기라도 온 건가? 묘하게 반항적이다. 이봐…네 녀석을 탐구하기로 마음먹었는데 갑자기 이렇게 강한 어택을 날리자면 어쩌자는 거냐. 녀석과 헤어지고 집으로 돌아가는데 아파트 입구 앞에서 거머리 자식을 만났다. “왜 이제와요?” 귀찮은 새끼. “선배. 저기….” “뭐야.” “여기 선배 집 맞죠?” 이 자식… 말은 없지만 놈이 우리 집으로 들어가고 싶다는 뉘앙스를 풍긴다. “간다.” “아! 선배!!” 갑자기 놈이 치즈 케잌을 내게 내민다. !!!!! !!!!! !!!!! 뭐야 이 자식!!!!!!!!!!!!!!!! 이거 내가… 졸라… 좋아 하는 건데…! 순간 정말 나도 미쳤는지 놈을 집안으로 들이고 있었다. “야~ 집이 깨끗하네요! 선배 방에 들어가 봐도 되요?” 놈은 내게 물어보는 동시에 내 방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간다. 나는 놈을 내버려 두고 냉장고에서 물을 꺼내 마시며 놈이 건넨 치즈케잌을 살짝 열어본다. 내가 좋아하는 거다. 이거 솔직히 진짜 좋아하는데 쪽팔려서 못 사먹는다. 키가 187센티나 되는 시커먼 놈이 케잌 집에 들어가서 앙증맞고 귀엽게 생긴 치즈케잌을 사기는 힘들다. 무척이나. 케잌을 조금 떠서 입안에 넣자 나는 그만 흡족해저서 실실 웃음이 나온다. 저 자식 조금 귀찮긴 하지만 꽤 괜찮은 성격인지도…. 이미 놈은 내게 좋은 놈으로 인식 되고 있었다. 고작 치즈케잌 하나에…. 케잌은 나중에 놈이 돌아간 다음에 아주 느긋하게 먹기 위해서 식탁위에 고이 올려놓고 놈이 있는 내방으로 주스를 한잔 대충 따라서 가져간다. “아! 선배 뭐 이런 걸 다….” 말은 저렇게 하지만 심하게 감동한 표정으로 주스를 두 손으로 받으며 내게 환하게 웃는다. 서글서글한 눈동자가 꽤 남자답게 잘생겼다. “이제 가.” 내 말에 주스를 마시던 녀석이 황당한 듯 나를 바라본다. 농담 아냐 새끼야. “아 정말~ 방금 왔는데… 그 대신 저기 아래 아파트 입구까지 대려다 줘요.” 놈과 아파트 입구로 걸어가는데 아까의 분위기와는 다르게 놈이 심각한 표정으로 갑자기 멈춰 선다. “선배.” “뭐야.” “선배는 언제나 내가 부르면 꼭 ‘뭐야.’라고 해요. 사람이 부를 때는요. 굳이 용건이 있어서 부르기만 하는 건 아니거든요.” 놈이 뜻 모를 소리를 지껄인다. 용건이 없으면 왜 부른다는 거냐? 장난하는 거냐? “선배 내 이름 기억해요?” 놈에 물음에 치즈케잌도 받았으니 곰곰이 생각해 보지만 도무지 생각나지 않는다. 생각나는 건 거머리 정도…? “서도훈이에요.” “미안하다.” 왠지 사과해야 할 것 같았다. 케잌을 받아서 일까? 아니면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안타까워 보이는 놈의 표정 때문일까? “미안하면 제 이름 한번만 불러 줄래요?” “서도훈.” “아니요. 좀 더 다정하게….” 새끼가 케잌 하나 주고선 바라는 건 졸라 게 많다. “도훈아.” “왜요?” “새끼야 네가 불러 달라며!” 놈이 씁쓸하게 웃는다. 아파트 입구에 다다르자 나는 놈과 인사도 하는 둥 마는 둥 하고 뒤 돌아서 집으로 돌아온다. 귀찮은 놈이다. 그런데 묘하게 무시 할 수가 없다. 쓸데없는 생각은 집어 치우고 나는 부엌으로 걸어갔다. 실은 달려가고 싶다. 부엌에는 쓸데없는 생각들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대단한 치즈케잌이 보관되어있다. 흡족하게 식탁을 바라보는데 케잌이 보이지 않았다. 씨팔!! 얼른 누나 방문을 열어 재끼자 참담한 꼴이 눈앞에 펼쳐져 있다. 어지러운 향수 냄새가 진동하는 방안. 크림이 드문드문 묻어 있는 케잌상자. 뱃가죽을 다 내밀고 자고 있는 괴물 한 마리. “누나!!!!!!!!!!!!!!!” 씨팔!!! 이 여자몬스터! “하~함~ 너는 시끄럽게 왜 소리는 지르고 그러니!” “내 치즈케잌 다 어쨌어!” “풋.” 풋? 코웃음 치는 괴물을 박멸하고 싶어진다. 처절하게…. 방 벽면 한 면을 향수로 꽉 체우고 있는 미친 여자. 향수는 저렇게 많으면서 잘 뿌리지는 않는다. “언제 들어 왔어! 아까는 분명히 없었는데….” “무슨 소리야. 나 오늘 월차내고 쉰다고 했잖아.” 니가 언제!!! 게다가 아무 일도 없는데 월차는 왜내! 회사에서 일이나 하지! “그나저나 너 작은엄마 이야기 들었니? 로또 4등 당첨 됐는데 7만 3천원인가가 상금인데, 세금 때니까 4만 원 정도 밖에 안주더래. 웃기지 않냐? 그런데 작은 엄마는 또 복권을 살 모양이야. 내가 볼 때는 절대로 1등 될 확률이 없는데도 아주 줄기차게 사 재낀다니까, 너도 알지? 작은 아버지 복권 되게 싫어하는 거.” “누나.” “응?” “누나!!!!!!!!!!!!!!” “자식이 왜 그래~ 누나 여기 있잖니.” 지금 작은어머니 복권이야기는 왜 하는 건데?! 나는 작은어머니 복권당첨금 따위 안 궁금해. 혹 작은어머니가 1등에 당첨 됐다고 해도 나는 지금 그딴 거 보다… 내! 내!!! 내 치즈케잌의 행방이 궁금하다고!!! “누나!” “왜~” “누나!!!!!!!!!!!!!!” 순간 아까 거머리 놈이 한 말이 생각난다. 그래…꼭 용건이 있어서 사람을 부르는 것은 아니다. 아주 그 말이 지금 완전 와 닫고 있다. 이 참을 수없는 분노! 누나를 부르면서 그 누나란 단어에 나의 분노를 담아낸다. 누나는 내가 치즈케잌을 좋아하는 걸 알면서도 다 먹어치웠다. 이유는 누나도 나만큼 치즈케잌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우리 남매는 치즈케잌이라면 환장을 한다. 이유는 모른다. 아니 이유는 맛있기 때문에…. 그것보다, 나는 열이 받아서 누나를 노려보며 향수를 집어 들었다. “너!!!!!!!!!!!!” 느긋하기만 하던 괴물이 포효하기 시작한다. “이진우 너 그거 당장 내려놔!!!” “싫은데~” 내 투박한 손에 들려있는 향수는 파란색으로 펌프 쪽에는 분홍색의 하트가 두 개 달려있다. 얼마 전에 누나가 인터넷으로 주문해서 내가 택배를 받은 기억이 있는 물건이다. 쉽게 말해서 누나가 가장 최근에 산 것이다. “내 브리트니 70미리 내려놔!!!!!!!!!” 브리트니? “브리트니 스피어스?” 정말 미친 건가? 향수가 왜 브리트니? “엘리자베스 아덴에서 브리트니 향수 나온 거란 말야!!!” 누나는 향수도 좋아하지만 브리트니의 골수팬이었다. “내 치즈케잌은?” “내가 지금 나가서 당장 사올게!!!” 완전 울 것처럼 표정이 가관이다. 나는 누나의 엘리자베스 뭔가 하는 브리트니를 내려놓았다. 약 25분 뒤 나는 치즈케잌을 먹을 수 있었다. 일요일 아침 묘하게 일찍 눈을 뜨게 되었다. 언제나 일요일 이면 늦잠자기 일수였는데 이례적인 일로 나는 8시에 눈을 뜨게 되었다. 평소 같으면 11시 까지는 자는 나였다. 부모님은 호주에 회사일로 가 계신다. 누나는 역시나 자는지 집안은 조용하다. 갑자기. 정말 갑자기 영진이 놈이 보고 싶어진다. 스스로도 의문이 들만큼 묘한 일이다. 얼른 대충 옷을 껴입고 영진이 집으로 향했다. 놈의 집 앞 하얀 울타리에 멍하니 서서 집을 바라본다. 하얀 녀석의 집이 아침햇살에 더욱 빛이 난다. 놈도 이 햇살을 받으면 더 빛나 보일 것이다. 초인종을 누르자 아무런 기척이 없다. 시계를 보니 9시가 조금 안 된 시간이다. 아무도 나올 것 같지 않았던 문이 열리고 새하얀 영진이 모습을 드러낸다. 까만 머리가 방금까지 자고 있었는지 까치집이 되어있다. “영진아.” “….” “한영진.” “뭐야.” 용건은 없지만 놈의 이름을 계속 부르고 싶어진다. 맑고 까만 눈동자가 나를 직시한다. 사실은 보고 싶었다고 말하고 싶은 걸 이름만 부른 것이다. 어제 누나 일도 그렇고 거머리 녀석의 말에 동감이 되는 것이다. 굳이 용건이 있어서 사람을 부르는 것이 아니다. 장난치기 위해서 부른 것도 아니다. 이름을 부르며 정작 하고 싶은 말을 그 이름 안에 봉인한다. 어젯밤 꿈을 꿨다. 영진이 녀석이 나와서 미술 선생과 뒹구는 꿈이었다. 내가 보고 있는데 놈은 전혀 개의치 않고 미친 듯이 허리를 놀리면서 미술선생에게 박아대고 있었다. 미술선생은 희열에 들떠서내게 말했다. [너 웃긴다.] 사실은 그 꿈을 꾸고 새벽에 깨어나 잠을 이루지 못했다. 선잠을 자는 건지, 자는 척을 하는 것인지… 8시가 되기만을 기다렸다. 사실 당장이라도 영진이 집으로 달려가고 싶었다. 놈에 대해서 알고 싶었던 것. 뭔지 알 것 같다. 좋아하는 음식, 영화, 꽃, … 그런 너절한 것들이 알고 싶었던 것이 아니다. 놈과 섹스하고 싶다. 어떻게 느끼는지 궁금하다. 키스할 때 눈은 감는지. 그 예쁜 손으로 어떻게 상대를 어루만지는지. 발기한 녀석의 것은 어떻게 생겼는지. 느끼는 얼굴은 어떨지. 절정에서는 어떤 신음을 내뱉을까 하는 것이 궁금했다. 무심한 녀석인데 섹스는 어떻게 할까? 실은 언제나 궁금했다. “너 눈이 빨게.” 녀석의 말에 눈을 슬쩍 비벼 보지만 잠을 자지 못해서 눈은 매우 빡빡하다. “들어와.” 아까와는 다르게 언제나와 같이 놈이 급작스럽게 다정히 내게 말을 건넨다. 나를 쇼파에 앉히더니 부엌에서 뭔가를 하면서 내게 묻는다. “커피? 우유?” 대답 없이 가만히 있자 놈이 거실로 나와 내 어깨에 손을 슬쩍 올리더니 나를 끌고 부엌으로 들어간다. 식탁 위에는 녀석이 방금 만든 샌드위치가 놓여있다. 치즈가 잔뜩 들어있는…. 나는 가만히 앉아서 녀석이 따라주는 우유를 마시며 샌드위치를 기계적으로 먹는다. “어머니는 대구 공연하시고 바로 부산으로 가셨어. 일주일이나 있어야 돌아 오실거야.” 평소엔 거의 말도 없는 녀석이 묻지도 않은 말을 나불대고 있다. 누가 물어 봤냐. 새끼야. “자. 다 먹었으면 한숨 자자.” 놈의 자자는 말에 나는 순간 움찔하고 만다. 녀석의 다락방에 올라가 파란 침대시트를 걷어 눕자 녀석이 윗옷을 벋더니 이불속으로 들어온다. “그냥 잘래 아니면 섹스하고 잘래?” !!!!! 놈에 말에 깜짝 놀라서 벌떡 일어나고 말았다. “너!” “너 나랑 하고 싶지. 하고 싶으면 말해. 뻑 가게 해 줄 테니까.” 뻑 가게 해주겠다고? 너랑 나 친구 아니었냐? 네 녀석 그렇게 상식이 없냐? 우린 친구 이전에 둘 다 남자라고. 나는 조용히 침대에서 일어나 아래층으로 향하는 계단을 내려갔다. 순간 뒤에서 놈이 내 팔 목을 움켜잡는다. “해 주겠다잖아.” “됐어. 새끼야.” 놈의 손을 뿌리치고 집 밖으로 달려 나온다. 집까지 도보로 30분 거리를 15분 만에 달려서 도착했다. 역시 좋아… 하는 건가? 어떡하지? 녀석이 섹스하자는 말에 놀라는 것과 동시에 정말 당장 하고 싶었다. 하지만 놈이 하자는 섹스는 말 그대로 그냥 섹스다. 녀석이 날 좋아 할리 없다. 나 같은 마음일리 없다. 나 같은 마음이라면 여자 따위 만나고 다니면 안 되는 거다. 나는 게이란 오명까지 뒤집어쓰고 금욕적인 생활을 하고 있는데 놈은 난잡하게 놀고 다닌다. 만약…나를 조금이란도 좋아 한다면 그러 식으로 행동하진 않겠지…. 나는… 나는… 처음부터 너를… 좋아했는데. 질리지 않는 녀석. 사실 처음에는 좋아하는 것 따위 대수롭게 생각지 않았다. 워낙에 잘 질리는 내 성격에 동성을 좋아 한다고 해도 금세 질려 버릴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녀석을 맘 놓고 편히 좋아했다. 그러나 3주가 지나도 도통 질리지가 않았다. 녀석은 종잡을 수 없는 녀석이다. 알듯 모를 듯 알 수없는 녀석. 벌써 2년 가까이 되어가고 있는데 질리기는커녕 더 궁금해지고 알고 싶고 좋아져버린다. 너는 도대체 뭐냐? 한영진 한영진 한영진 한영진 ⊂4⊃.....................................좋은걸 어떡해 답답한 마음에 수업이고 뭐고 집으로 돌아가 이불 뒤집어쓰고 자고 싶어진다. 영진은 그날 일은 별로 대수롭지 않은지 평소에 나를 대하는 태도와 같다. 옆을 보자 이준성이 반듯하게 뭔가 적고 있다. 노트인데, 녀석이 가지고 있기에는 조금 심하게 귀여운 노트다. 녀석이 쓰는 글자가 뭔지 슬쩍 보지 않는 척 보는데 나는 그만 헛기침을 하고 만다. ‘사랑해.’ 러브장이라는 건가? 사내자식이 계집애도 아니고… 미친놈들. 분명 그 원호란 놈과 함께 쓰는 러브장이 분명하다. 쉬는 시간 종이 치고 준성이 놈을 살짝 불러 복도로 나갔다. “너 4반에 그녀석이랑 사귀는 거냐?” 내 물음에 준성은 부정하지 않고 고개를 살짝 끄덕인다. 역시…. “조금 웃기지 않냐? 남자끼리라니….” 사실은 내 경우를 빗대어 놈에게 상담 아닌 상담을 하는 것이다. 남자끼리가 비정상적이라는 것을…. “웃기면 웃으면 되잖아.” !!!!! 놈의 말에 순간 황당하기 보다는 놀라움에 눈이 크게 떠진다. “웃기면 웃으면서 사랑하면 되잖아. 뭐가 문제야?” 놈은 할 말 다 했다는 듯이 교실로 들어가 버린다. 웃기면 웃으라고? 하지만… 정작 웃음이 나오지 않는 걸…. 어떻게 하면 웃을 수 있을까? 웃기는 상황인데… 전혀 웃기지 않아. 3교시가 끝나고 뒤를 돌아보니 영진이 보이지 않는다. 미술 선생이 생각나면서 기분이 더러워진다. 빠른 속도로 학교 이곳저곳을 돌아보지만 놈이 보이지 않는다. 순간 미술선생이 고문으로 있는 만화연구부실이 생각나 학교 맨 꼭대기에 있는 부실로 걸음을 옮겼다. 계단을 오르는데 묘하게 흥분된다. 손 마디마디가 떨리고 있다. 부실 문 앞에 다다르자 역시나 미미한 신음 소리가 들린다. “아앗! 여…영진! 좋아! 앗!” 영진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미술선생의 오버스러운 신음 소리만이 크게 울리고 있다. 문 앞에서 나는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 멍하니 서있다. 이윽고 끼익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고 입술이 평소보다 슬쩍 더 붉어져 있는 영진이 나온다. 나를 본 녀석은 눈썹을 살짝 치켜 올릴 뿐 말없이 계단을 내려간다. “어머~ 추해라. 남이 섹스 하는 소리나 엿듣고….” !!!!! 지금 누구보고! 당신이 나보다 100만 배는 더 추하잖아! 미술 선생이 흐트러진 옷차림으로 문 너머 탁자위에 걸터앉아 있다. 부실창문으로 부는 바람으로 부실안의 향이 내게 전해진다. 뜨거운 정사의 향이다. “바보.” “…씨팔.” 풍만한 가슴이 순간 내 가슴에 닫더니 미술선생의 팔이 내 몸을 감싼다. “조금 놀렸다고 금세 울기나 하고, 너 정말 못 말리는 구나. 역시 애들은 애들이라니까.” “저리가요!” 미술 선생을 슬쩍 밀치고 얼른 눈물을 닦아낸다. “내가 중요한 팁을 줄까?” 팁? “영진이 녀석 사정하기 직전에….” “그딴 이야기 이제 됐어요!” “가만히 들어 이 녀석아! 바보 같은 놈 조금 귀여워서 도와주려고 하는데 왜 기분을 망치니!” 도와…준다고? “영진이 녀석 사정하기 전에 아주 작게 뭐라고 속삭이는 줄 알아? 전에 했을 때는 나도 너무 흥분해서 신경 쓰지 못했는데 이번에는 똑똑히 들었지.” “뭐…뭐라고 하는데요.” 미술 선생은 요염하게 미소 짓더니 내 가까이 다가와 귀에 작게 속삭인다. 미술 선생의 말을 들은 나는 그만 얼굴이 시뻘게지고 만다. “어머! 진우 너 상당히 귀엽구나! 역시 애들이라 순진한 건가?” [그 녀석 마지막에 눈을 내리깔고서 ‘진우. 이진우.’라면서 사정해. 아주 섹시한 표정으로… 아마도 그 이진우란 이름을 부르지 않으면 사정이 안 되는 모양이야. 너보다 100만 배는 더 웃기는 놈이지?] 그렇단 말이지!!!!! 나는 의기양양해져서 교실로 돌아와 뒷자리에 엎드려 누워있는 녀석을 힐끗 바라 본 뒤에 내 자리에 앉았다. 한영진 너도 나 좋아하는 거지? 그렇지? 두근거리는 느낌에 가만히 책상에 앉아 있을 수가 없다. 어떻게 시간이 지나갔는지도 모르게 종이치고 더운 오후의 거리를 영진이와 둘이서 걷는다. “영진아 오늘 너희 집에 가자.” “…마음대로.” 하하하하! 평소엔 묻지도 않고 내 마음대로 놈의 집에 가곤 하지만 왠지 오늘은 묻고 싶은 것이다. 너 이 새끼! 무심함을 과장해서 날 좋아하고 있었던 거지?? 임마 너 들켰다고! 하하하하! 싱글벙글 놈의 하얀 집으로 들어간다. 놈의 다락방에 올라와 침대에 슬쩍 걸터앉는다. “야. 한영진.” “….” 놈이 힐긋 나를 바라본다. “이리 와서 내게 키스해.” 황당할 법도 한 당당한 내 요구에 놈이 교복을 벋다 말고 내게로 다가온다. 맑은 눈동자가 내 눈을 마주 하더니 서서히 내게 입마추기 시작한다. 내 치열을 더듬고 입안을 가르고 들어온 녀석의 뜨거운 혀가 나를 들뜨게 만든다. 역시 끝내주게 키스를 잘한다. 전혀 격렬하지 않고 예의바른 키스다. 놈이 이런 키스를 할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입술이 떨어져 나가고 녀석의 까만 동공이 나를 직시한다. “한영진 너 나 좋아하지.” 내 물음에 순간 놈에게 한 번도 보지 못했던 비웃음이 가득한 표정으로 나를 대한다. 뭐지? “너 나 좋아한다며!” “피식. 내가 언제.” “미술선생이 분명….” “내가 미술선생이냐? 그년이 뭐라고 지껄였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여자 말을 믿는 거냐? 한심한 새끼.” 한심하다고? 그럼 미술선생이 날 놀렸다는 건가? “솔직히 말하자면 너랑 섹스하고 싶기는 해. 그건 사실이다.” !!!!! 놈이 방금 전까지 매섭게 말하던 거와는 다르게 갑작스럽게 또 다정히 말을 건넨다. “지금 하자. 너도 나 보면 꼴리는 거잖아.” 놈이 내 옆에 앉더니 자신의 바지 위 중심부로 내 손을 잡아 가져다 댄다. 반쯤 발기되어있다. 놈이 내 귓가에 입술을 바짝 대더니 다정스레 속삭인다. “언제까지 기다리게 할 거야. 너랑 한번 하려고 친구행세 하는 것도 슬슬 지겨워진다고….” !!!!! “친구행세라고?!” “뭘 그렇게 흥분하고 그래. 너도 어차피 나 좋아하면서 친구행세 하고 있었던 거 아냐? 나 보면서 발정한건 사실이잖아. 밥맛없게 웬 깨끗한 척? 어차피 너도 예전엔 몸 굴리고 다녔잖아.” 놈이 차갑게 날 노려보며 비아냥거린다. 그래…. 나도 널… 계속 그런 식으로 바라봤다. 하지만 그저 너처럼 섹스 따위가 아니야. 가슴이 아프다고! 네 녀석은 가슴이 없구나…. 가슴은 혼자서도 불탈 수 있는 거구나…. 너는 아니었구나…. “병신 새끼.” 나도 모르게 흘러 버리는 눈물을 보더니 놈이 한심한 듯 중얼거린다. 그래…나는 병신 새끼다. 가슴이 이미 다 타버려서 뻥 뚫려 버렸거든…. 허탈한 기분으로 집으로 돌아간다. 한 100년은 시간이 흐른 듯 한 기분이 든다. 왜 그렇게 꼬여버린 걸까…. 이제 친구도 될 수가 없는 것이다. “어? 선배! 왜 이제 오는 거예요?” 거머리 자식이 아파트 입구에 서서 또 기다리고 있다. 얼핏 보니 손에는 케익상자가 들려있다. “선배 이거요.” “…가라.” 놈을 지나쳐 가려는데 나를 붙잡는다. “선배 왜 그래요? 어디 아파요?” “귀찮아.” “선배….” 이 자식이 왜 날 따라다니는지 알고 있다. 이 녀석도 그런 거겠지…. “너도 나랑 섹스하고 싶냐?” 녀석이 눈에 뛰게 당황해 한다. “서…선배.” “지금 할래?” “선배! 오해 마세요. 선배랑 섹스하고 싶은 건 사실이에요. 하지만… 좋아하기 때문이지 섹스하고 싶어서 선배를 따라다니는 게 아니에요. 나는 선배를 좋아해요. 진심으로” 진심? 나도 진심이었어. “나는 너 싫어. 너랑 섹스하고 싶은 마음도 없어. 구역질 나.” 개새끼들…. 거머리를 남겨두고 집으로 빠르게 걸어올라 왔다. 집안으로 들어가자 정적이 감돈다. 우리 집 시끄러운 몬스터가 빨리 들어 왔으면 좋겠다. 짜증은 나지만 몬스터랑 티격태격하면 우울하진 않으니까…. 여름방학이 되고 나는 밖으로만 나다니기 시작했다. 여자들도 많이 만나고 매일매일 섹스 했다. 어쩌다 보니 어울리는 놈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모두 질이 낮은 형편없는 놈들인데 편하고 좋았다. “진우야 저년 봐. 졸라 죽이지.” 민성이 가리키는 여자를 보니 엉덩이와 가슴만 크고 얼굴은 완전 호박이다. 하지만 놈의 비유를 좀 맞춰주기 위해서 괜찮다고 답해준다. 녀석들과 자주 몰려다니는 나이트에 오던 길에 오랜만에 우연히 영진을 거리에서 만나게 되었다. 녀석은 여전히 묘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나를 보더니 눈썹을 살짝 치켜 올릴 뿐 전혀 아는 척을 하지 않는다. 나 또한 놈을 그냥 지나친다. 가슴이 아팠다. 뒤 돌아 보고 싶지만 관둔다. 나도 자존심이 있는 것이다. 방학을 하고 개학이 다가 오는데 여전히 놈의 모습은 내 머릿속에 선명하고 보고 싶어 미칠 것 같았다. 더러운 기분에 술을 마구 마셨더니 취기가 올라 나도 모르게 잠들어 버리고 말았다. !!!!! 깨어난 곳은 가끔 오는 모텔이었다. 나는 옷이 모두 벗겨져서 침대에 뉘어져 있다. 환하게 불 켜진 방에 나와 몰려다니는 놈들이 다섯 명 정도가 내 주위에 몰려서 모두 옷을 벗고 있었다. 어지러운 머리를 부여잡고 일어나는데 누군가 나를 밀쳐 다시 넘어트린다. 넘어지면서 본 놈들의 그곳이 모두 발기되어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뭐야!” “가만히 있어. 너도 기분 좋게 해줄 테니까.” 순간 갑자기 드는 안 좋은 생각에 얼른 일어나려고 하지만 잔뜩 술에 취해있는 나는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놈들이 내 손과 다리를 결박하더니 내 몸 여기저기를 더듬기 시작했다. “이렇게 큰 새끼 보고 꼴리는 건 또 처음이야.” “나도. 이 새끼 빨간 입술 보면 안에다 막 쳐 넣고 싶은 거 졸라 참았다니까.” 씨팔!!! “이거 놔!!! 이 새끼들아!!!” 순간 어떤 놈이 내 안으로 아무런 전의 없이 한 번에 집어넣었다. !!!!! “윽! 이…개새끼들!!!!” “졸라 죽인다. 씨팔. 끈어질 것 같아. 이 새끼 처년가 봐. 씨팔 피 난다. 거기 젤 좀 줘봐.” 놈이 한 번에 내안에서 빠져나가더니 차가운 뭔가를 내 뒤에 바르기 시작했다. 발버둥치는 내 손발을 잡고 있는 놈들이 슬쩍슬쩍 내 페니스를 쥐고 흔들기 시작했다. 소리를 지르려는데 아까 씨부렁거렸던 놈이 내 입안에 자신의 것을 집어넣더니 빠르게 피스톤 질하기 시작한다. 물어 버리려 했지만 놈이 내 턱을 잡고 놔주질 않는다. “이 새끼 졸라 죽인다. 윽!” 동시에 내 뒤에 있던 놈이 내 애널로 잔뜩 젤을 바른 뒤 놈의 것을 한 번에 밀어 넣는다. 앞뒤로 꽂혀진 나는 이미 패닉 상태에 빠져서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순간 뒤에서 흔들던 놈이 신음을 흘리더니 안에다 사정하고 뒤로 빠르게 빠져 나간다. “새끼야 너 졸라 빠르다.” “헉! 헉! 씨팔 너도 한번 박아봐 안 싸고 배기나, 이 새끼 장난 아니라고.” 내 안으로 다른 놈이 다시 들어오더니 방정맞게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한다. “악! 진짜 이 새끼 뭐야. 졸라 죽인다. 씨팔 쪽쪽 빨아 들여.” 앞의 놈도 몸을 부르르 떨면서 사정하더니 놈이 내 입안의 싸질러 놓은 것을 강제적으로 삼키게 한다. “이 새끼 입가에 흐르는 거 보니까 방금 뺐는데 또 꼴려. 씨팔새끼.” 탈진 상태가 된 나는 앞뒤로 돌려가면서 박아대는 놈들 때문에 거의 정신을 잃기 직전이었다. 순간 어떤 놈이 나를 일으켜 세우더니 자신위에다 얹혀 놓는다. “미친 새끼! 이런 떡대 새끼를 위로 올리면 어떡해 임마!” “씹! 졸라 죽인다. 크니까 헉! 누르는 것도 장난 아니야. 근데 이 새끼 왜 신음한번 안 흘리냐. 신음 흘리면 더 죽일 텐데.” 흔들리는 몸으로 옆에서 자신의 것을 스스로 흔들고 있던 놈들이 일제히 내 몸에 사정하며 뿌려댄다. 비릿한 냄새가 몸 안을 어지럽힌다. 순간 스르르 눈이 감기며 정신을 잃는다. 아까 무심히 나를 지나친 영진이 떠오른다. 놈이 어떻게 미소 지었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어차피 그 미소도 가짜였을 테지만…. 정신을 차리고 일어나니 다음날 저녁때였다. 모텔 안에는 나 혼자서 발가벗겨져 누워있었다. 일어나려 했지만 한동안 몸을 움직일 수 없었다. 몸 여기저기 정액으로 얼룩 져 있었다. 입안에서 칼칼한 느낌과 비릿한 냄새가 진동했다. 계집애도 아니고 이딴 일로 충격 따위 안 받는다. 하지만 생각과는 다르게 눈에서는 눈물이 흘렀다. 손과 온 몸이 부들부들 떨리는 것이 느껴졌다. 시간이 좀 지나고 몸을 움직여 욕실로 향했다. 걸을 때마다 애널에서 정액이 주르륵 주르륵 흘러 내렸다. “씹…새끼들.” 목이 잔뜩 잠겨있어서 말하기가 힘들었다. 욕실 거울을 보니 아주 과관 이었다. 몸 여기저기가 울긋불긋했다. 특히나 사타구니 주변은 장난이 아니었다. 창녀 같은 내 모습에 헛웃음이 나왔다. 차가운 물로 몸을 씻고 구석에 처박혀 있는 옷을 끼여 입었다. 몸이 마치 모든 뼈가 다 부셔진 것처럼 아파왔다. 걷기도 힘들었지만 악으로 버텨서 모텔 앞으로 걸어 나와 택시를 탔다. 나도 모르게 기사아저씨에게 영진이 놈의 집주소를 말하고 있었다. 스스륵 차가 출발하자 정신을 놓아 버렸다 눈을 떴을 때는 환한 대 낮이었다. 방안의 먼지들이 빛으로 인해 반짝거리고 내가 덮고 있는 것은 얇은 파란 시트였다. “일어났어?” 꿈인지 생신지 영진이 편안한 미소를 지으며 다정히 내게 말을 건넨다. “나….” 일어 나려하자 녀석이 다시 눕게 말린다. 묘한 부분에 통증이 살짝 남아있지만 몸은 그다지 불편하지 않았다. “너 삼일이나 정신 잃었었다.” 살짝 보니 내 팔에 링거 바늘이 꽂혀있다. “점복 죽을 끓여 놨는데 먹지 않겠어?” 녀석이 조용히 나가더니 죽을 담은 접시를 들고 내 곁으로 다가온다. 침대에 걸터앉아 내게 죽을 떠서 적당히 식도록 불어서 내게 내민다. “어떻게 된 거야?”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삼일 전에 네가 갑자기 우리 집으로 왔잖아. 기절해서 말야….” “아.” 그랬지… 나 그런 일이 있었지… “그나저나 너….” 죽을 도저히 넘길 수 없어서 옆에 두고 다시 누우려는데 놈이 말을 건넨다. “누구한테 그렇게 당한거야?” “…있어. 미친놈들.” 수치스러움에 제대로 말을 할 수가 없다. 갑자기 놈이 이불속으로 파고들더니 내 등 뒤에 바싹 붙어서 나를 끌어안는다. 차가운 녀석의 피부가 점점 뜨거워짐을 느낀다. “너 너무하는 거 아냐?” “뭐…뭐가.” “내가 해주겠다고 할 때는 황당한 듯이 날 보더니, 미친놈들이랑은 뒹굴고 말야. 혹시 한사람으로는 만족이 안 되는 건가?” !!!!! 가슴이 무너진다. 이 자식은 끝까지 무심하다. 지금 내가 어떤 상태인지 분명히 알고 있으면서 마치 일부러 인 듯 저런 말을 내 뱉는다. 나는 벌떡 일어나 주사바늘을 거칠게 빼내어 녀석의 집을 나선다. 녀석은 나를 붙잡지도 않고 내 이름을 부르지도 않는다. 조금 기대했었다. 깨어났는데 네가 눈앞에 있었어. 마치 삼일동안 한잠도 안 잔 것 같은 네 푸석한 얼굴이 나를 걱정하는 것 같아서 조금 우쭐해 했었다. 조금 기대 했었다. 이런 망가진 나로 인해 혹시라도 네가 가슴이 아픈 것은 아닐까 하고 기대를 했다. 몹쓸 망상을 아주 잠깐 했었다. 아주 몹쓸 망상을…. 집으로 가자 누나가 깜짝 놀라서 나를 바라본다. “어머! 너 얼굴이 왜 그래? 삼일동안 영진이네 있는 다고 영진이가 전화 했는데 둘이 뭘 했기에. 얼굴이 완전 반쪽이 된 거야?” 거울을 보니 누나가 호들갑 떠는 것이 이해가 될 만큼 나는 비쩍 말라 있었다. 몸도 마음도 아팠기 때문일까? 턱 선이 날카롭게 보여서 인지 인상이 전보다 더 날카로워 보인다. 쉽게 피곤해 져서 방으로 들어가 침대에 누워있는데 잠이 오질 않는다. 자꾸만 녀석이 생각난다. “진우야 왜 그래. 쉬~ 괜찮아. 괜찮아.” 정신을 차리고 나니 누나가 날 품에 안고 다독이고 있었다. 어두운 방안의 노란 스탠드 빛에 갑자기 공포감이 슬슬 오라온다. “누…누나.” “응. 누나 여기 있어. 너 왜 그래. 갑자기 네가 소리 지르기에 깜짝 놀라서 달려 왔더니 네가 벌벌 떨고 있어서. 무슨 일 있는 거야?” 평소엔 몬스터 같기만 했던 누나가 여자라고 마치 엄마처럼 따뜻한 품으로 나를 감싸 안는다. 무서운 꿈을 꿨어. 영진이가 날 무심하게 지나치고 더러운 놈들이 날…. 점점 정신이 제대로 돌아오면서 그것이 꿈이 아니란 것을 알게 된다. 꿈이… 아니었구나…. 나는 매일 영진이 생각만 하고 있다. 생각 하지 않을 수가 없다. 질리도록 생각해도 질리지가 않는다. 어떡하면 좋을까…. 왜 녀석은 날 좋아하지 않는 것일까. 왜 녀석은 그토록 무심한 것일까. 왜 나는 그런 녀석을 좋아하는 것일까. 왜. 개학 후 담임이 임의로 또 자리를 바꿔 놓았다. 나는 영진이 녀석과 멀리 떨어진 1분단 창가 가장 뒷자리에 앉게 되었다. 영진이는 여전히 4분단 뒷자리에 홀로 앉았다. 아마도 담임이 녀석을 격리 시키고 있는 것 같았다. 녀석은 내게 눈길하나 주지 않았다. 나는 원래가 녀석처럼 아웃사이더 적인 놈이 아니었기 때문에 놈과 어울리지 않자 여기저기 놈들이 내게 관심을 두고 붙기 시작했다. 하지만 나는 모두 귀찮아져서 그냥 대충 대충 대하기 일 수였다. 녀석에게는 친구조차도 필요 없는 것일까? 놈이 제대로 하고 다니는 것은 여자와 섹스 하는 것뿐이다. 의미 없는 관계만을 원하는 퇴폐적인 녀석. 추운 바람이 불더니 어느새 하교 길이나 등굣길에서 눈을 만날 수 있는 계절이 되었다. 여전히 녀석은 혼자서만 잘난 듯 고고하게 지내고 있었다. 3학년이 되자 놈과 나는 다른 반이 되었다. 차라리 잘 되었다고 생각 됐다. 그렇게 잊어버리고 싶었다. 보고 싶은데 보고 싶지 않았다. ⊂5⊃.....................................좋은걸 어떡해 “의과에 개 신입 봤어? 장난 아니더라. 혼혈 아닐까?” “그치? 나도 그 생각 했는데 얼굴이 아주 주먹만 하더라.” 과 여자 선배들이 말하는 주인공이 한영진이란 사실을 나는 알고 있다. 처음에는 깜짝 놀랐다. 녀석과 같은 대학을 가게 될 줄은 몰랐다. 의외였던 것은 녀석이 의과에 진학했다는 것이다. 녀석은 머리가 엄청 좋았다. 학교를 자주 빠지고 수업시간에 수업을 듣지 않아도 언제나 전교1등은 녀석이었다. 그래서 선생들도 녀석에게 터치 하지 않은 것이다. 정말 의외였던 것이다. 녀석이 내가 다니는 이런 삼류 지방대학에 올 줄은 몰랐다. 사실 삼류 까지는 아니지만 그다지 레벨이 높은 학교가 아니다. 녀석은 S대도 충분히 들어갈 수 있는 실력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곰곰이 생각 해 보니 놈과 의과는 좀 어울리기도 하다. 무심한 녀석이니까 최악의 상황에 환자를 냉담하게 아무런 동요 없이 진찰 할 수 있을 것이 분명하니까. 학교 등나무 벤치에 앉아서 담배를 물고 있는데 누군가 내게 다가왔다. “안녕?” 한영진이 내게 상큼하게 인사하고 있었다. “꺼져.” 내 말에 별로 개의치 않고 놈은 내 옆에 걸터앉는다. “이제 좀 생각이 바뀌지 않았어?” “뭐가.” “나랑 섹스 할 마음이 생겼냐고.” 끝까지 사람을 가지고 노는 놈이다. “꺼져.” 놈이 가지 않자, 내가 일어서려 하는데 놈이 나를 잡아서 다시 앉힌 더니 귀속에 대고 아주 작고 상냥하게 속삭인다. “언제까지 그렇게 뻣뻣하게 깨끗한 척 굴 거야. 네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뻑 가게 해주겠다잖아. 너랑 하고 싶어서 이런 거지같은 대학에 왔어. 못 믿겠다고? 그럼 나랑 한번만 해. 좋아 한다 어쩐다하는 나부랭이 보다 네게 더 큰 쾌락을 줄 테니까.” 놈이 일어나면서 생각 있으면 자신의 기숙사 방으로 오라고 말한다. 안가. 내가 왜가. 말은 그렇게 했지만 막상 저녁때가 되니까 마음이 조마조마 하고 콩닥거리기 시작했다. 뭐지? 왜 설레어하고 있는 걸까? 점호시간이 다가오고 내 옆 침대에 룸메이트는 잠이 많아서 이미 골아 떨어져 있다. 나는 슬쩍 일어나서 문을 나선다. 한층 아래 녀석의 방이 있다. 305호. 호수 따위 애초부터 알고 있었다. 슬쩍 노크를 하자 아무런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는다. 문을 비틀어 열자 스르륵 열린다. 안은 깜깜한 어둠이 내려있고 침대에 녀석이 걸터앉아 기숙사에서는 금연인데 담배를 피고 있다. 내가 들어오자 녀석이 담배를 비벼 끄더니 옷을 벗기 시작한다. 창으로 들어오는 달빛으로 녀석의 몸이 마치 상아 조각 같이 투명하게 빛나기 시작한다. “너…룸메이트는?” 내 물음에 녀석이 ‘그딴 거 없어.’라며 마저 브리프를 벗어서 던져 버린다. “뭐해. 내가 벗겨 줘야하나?” 녀석의 말에 옷을 모두 벗어 던지자 놈이 내 몸을 꽤뚫을 듯 바라본다. “예뻐.” 놈이 내 몸을 끌어 침대위에 눕힌다. 슬쩍 겹쳐오는 녀석의 몸이 차갑다. “느껴져?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벌써 이렇게 딱딱해 졌어.” 녀석의 것을 내 사타구니에 비벼대면서 내 얼굴을 손으로 감싸 쥔다. “…키스부터 해.” 내 말에 녀석이 피식 비웃더니 격하게 입술을 맞춰 온다. 내 입안을 헤집으며 희롱하는 녀석이 얄밉다. 격한 키스로 인해 숨쉬기가 힘들어질 정도로 녀석과 나는 열중한다. 떨어진 녀석의 입술을 보니 평소의 연한 핑크빛이 아닌 붉은 색을 띠고 있다. 야한새끼. 녀석이 내 페니스를 살짝 말아 쥐더니 슬쩍 슬쩍 건들면서 피스톤 질을 한다. “하 악!” “금방 이렇게 돼 버렸네? 아닌 척 굴면서 너도 안달했던 거지? 진작에 오면 좋았잖아.” 녀석이 짓궂은 말을 뱉으며 내 것을 입안에 담는다. 차가운 녀석의 몸과 손과는 다르게 입안은 뜨겁고 촉촉해서 나는 그만 몸을 가만히 두질 못하고 엉덩이를 들썩거리고 만다. “놔 줘. 윽!” 순간 참지 못하고 사정하자, 녀석의 얼굴과 입가에 내 것이 뿌려진다. 혀로 내 것을 핥으며 녀석이 요염하게 미소 짓는다. “너 오랜만이구나. 그동안 꽤 쌓였던 것 같은데?” 녀석의 말대로 그때 그 사고 이후로 관계를 맺은 일이 없었다. 사실은 그때 집단 강간 이후로 발기되지 않았었다. 하지만 놈의 방에 들어와서는 나도 모르게 발기해 있는 나를 발견했다. 역시 나는 녀석을 원하고 있는 것이다. 녀석이 입술을 내려 내 몸 여기저기 키스하기 시작한다. 희열로 인해 붉어져 있는 녀석의 입술이 닿자 나도 모르게 신음하고 만다. “엎드려.” 녀석의 말에 엎드리자 내 엉덩이를 녀석이 치켜 올린다. 내 애널에 입술을 대더니 춥춥 거리는 소리를 내면서 빨아 대는 녀석으로 인해 나는 다리에 힘이 빠져 버린다. “그때…몇 놈이랑 뒹굴었어.” “윽! 하…모…몰라.” “말해. 여기로 몇 명이나 받아 들였어. 또다시 넣어달라고 벌렁거리잖아.” 녀석이 슬쩍 아래에서 튜브를 짜더니 차가운 것을 내게 바르기 시작한다. 손가락으로 입구를 문지르더니 불쑥 손가락을 세계나 집어넣는다. “윽!” 빠르게 피스톤 질 하더니 여기저기 쑤셔대며 비벼대는 손가락 탓에 다리가 바들바들 떨렸다. “그…그만하고 그냥 들어와.” 녀석은 내 말을 무시하고 집요하게 내 안을 손가락으로 헤집는다. 갑자기 어떤 곳을 녀석이 건드리자 다리에 힘이 빠져 버린다. 순간 녀석이 엉덩이를 혀로 핥더니 피식 웃는 것이 느껴진다. 차가운 손가락이 빠져나가고 딱딱하고 뜨거운 것이 애널 주변을 비벼 댄다. “지금 넣을 거야. 한 번에 넣어 버릴 거야.” 녀석은 말을 마치자마자 내 안으로 정말 한 번에 들어왔다. 한 번에 들어오면서도 아까 내가 느꼈던 부분을 단번에 찔러 버린다. “윽! 아파…씹.” “하! 너 진짜 죽이는 구나. 역시…하!… 내 눈은 정확해.” 녀석이 빠르게 피스톤운동을 하기 시작한다. 포인트만을 찔러대는 녀석으로 인해 나도 모르게 신음을 흘리게 된다. 정말로… 기분 좋다. 너무 기분 좋으니까 두렵기 까지 하다. 흔들리는 내 몸 위로 녀석의 땀방울이 떨어지는 것이 느껴진다. 엎드려 있어서 녀석의 표정을 볼 수가 없다. 고개를 살짝 돌려서 바라보자 녀석이 눈을 내리 깔고 나를 바라보고 있다. 살짝 벌려있는 입안이 촉촉하게 빛난다. 순간 녀석이 고개를 숙여 내 뒷덜미를 잡아 내게 격하게 키스한다. 입가로 흐르는 침이 녀석의 것인지 나의 것인지 분간 할 수가 없다. 그날 녀석과 나는 5번이나 하고 탈진해서 쓰러져 잠들었다. 아침에 일어나니 녀석은 보이지 않았다. 녀석을 볼 수 없어서 아쉬웠지만 정말 상상도 할 수 없을 마큼의 만족감이 나를 휩싸인다. 뻐근한 아래쪽을 내려다보자 애널에서 녀석의 정액이 흐르고 있었다. 역시 녀석은 콘돔 따위는 사용하지 않는 것이다. 흐르는 정액이 더럽기 보다는 내게 더 큰 만족감을 안겨 주었다. 며칠이 지났지만 영진과 마주치기가 힘들었다. 그날 뒤로 나는 몸이 안달이 나 있는 상태였다. 녀석을 떠올리면서 매일 밤 자위하고 있었다. 녀석의 말대로 좋아하는 것을 떠나서 하고 싶어서 미칠 것 같았다. 도대체 이 뜨거운 욕망은 뭘까….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낯선 감각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다. 의과가 있는 건물 근처에서 서성거리는데 영진이 어떤 여자와 걸어오는 것이 보인다. 순간 질투라는 것이 내 몸속에서 튀어 올라온다. 녀석에게 다정하게 팔짱을 끼고 있는 여자의 목을 비틀어 버리고 싶어진다. 날 발견한 영진이 내게 다가오더니 담배를 입에 문다. 여전히 말보르 레드를 피고 있다. “무슨 일이야.” “하고 싶어서 왔어.” 내 말에 녀석이 눈을 치켜 올려 나를 바라본다. 까맣고 투명한 눈동자가 반짝반짝 빛난다. “이제 좀 솔직해 지기로 마음먹은 거야?” 녀석의 비아냥거림 보다는 녀석의 팔에 매달려 있는 작은 여자의 팔이 더 거슬렸다. “이 여잔 누구야?” 내 말에 녀석이 ‘별거 아냐’라더니 여자를 내버려 두고 나를 끌고 학교 건물로 빠르게 들어간다. 빈 강의 실로 날 데려가더니 벽에 밀쳐놓고 미친 듯이 입 맞추기 시작한다. “안 그래도 찾아갈까 했는데 말야….” 녀석의 말에 기쁘다면 내가 바보인 걸까. 녀석이 내 바지를 반쯤 내리더니 내 안으로 손가락을 집어넣는다. “와~ 혼자서도 했나봐?” 순간 녀석의 말에 얼굴이 달아오른다. 내 귀를 핥으면서 녀석이 킥킥거리며 웃는다. “지금은 시간이 별로 없어. 어머니가 공연하러 이쪽에 오셔서 빨리 가봐야 하거든…. 금방 끝내도 확실하게 느끼게 해 줄 테니까 아쉬워하진 말아.” 녀석이 한 번에 내 안에 밀어 넣더니 과격하게 박아대기 시작했다. 빈 강의실에 누군가 들어올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보다는 녀석이 금방 하고 떨어져 나갈 것 같다는 불안감이 내게 더 크게 와 닫는다. “학!” 기분 좋다. 진짜 너무… 좋아. 나도 모르게 입가로 침을 흘렸는지 녀석이 핥아 올리고 내 입에 다정하게 키스 한다. “안에다 싸고 싶은데 역시 안 되겠다.” 사정하기 직전 녀석이 내 안에서 빠져 나오더니 밖에서 사정하고 만다. 흘러나오는 녀석의 것을 보자 나또한 사정하고 만다. 손수건을 꺼내 닥아 내던 녀석이 내 것도 마저 닦아 주려 하는 것을 저지 한다. “내…내가 할게.” 네가 또 만지면 나 반응해 버리니까. “따라와.” 옷을 추스르고 일어서는데 녀석이 날 이끈다. “오랜만에 우리 어머니 좀 만나. 네 녀석이 보고 싶은 모양이야.” 혹시 아까 날 찾아오려고 했었다는 것은 아줌마 때문이었던 거냐? 네가 날 보고 싶어서 그랬던 것은 아니란 말이지? 하다못해 섹스하고 싶어서도 아니란 말이지…. ⊂6⊃.....................................좋은걸 어떡해 시무룩한 녀석을 끌고 예약해놓은 호텔 룸으로 올라왔다. 어머니는 여전히 건강해 보였다. 오랜만에 본 진우를 보고 놀라는 듯했다. 녀석은 고등학교 때와는 분위기가 달라졌다. 그때보다 더 안고 싶어지게 만드는 얼굴을 하고 있다. 붉은 입술이 내게 계속 속삭인다. 키스해달라고 조르는 것 같다. 룸에 녀석을 밀어 넣고 냉장고에서 맥주를 꺼내 마신다. 너는 알까? 내 떨리는 손가락을…. 너는 알까? 언제나 너만을 쫓는 내 눈길을…. 너는 언제나 무엇이든 알고 싶어 하면서 아무것도 모른다. 첫눈에 반한다는 말 나는 믿지 않았다. 마음에 들면 섹스하면 되는 거다. 기분 좋게 뒹굴고 나면 끝이다. 하지만 녀석은 달랐다. 왠지 모르게 조심스러워 지는 나. 중학교 2학년 초에 어머니가 마음에 드는 집을 지으셨다고 우리는 이사를 가게 되었다. 전학 온 학교에는 눈에 뛰는 녀석이 있었다. 녀석의 옆에는 조그마한 계집애가 한 마리 붙어 있었는데 참으로 거슬리는 년이었다. 하루 만에 여자를 가졌다. 별 볼일 없는 여자였다. 며칠 뒤 녀석에게 설레는 마음으로 다가갔다. 책을 빌리며 이미 알고 있는 녀석의 이름을 모르는 척 읊조렸었다. 그때 그 국어책은 여전히 깨끗하게 보관하고 있다. 그때 내 가슴이 얼마나 떨렸는지 너는 모를 거다. 언제나 너는 아무것도 몰라. 학교에서 가끔 마주치는 녀석이 다른 놈들과 붙어 있거나 누군가와 사귄다는 말이 들리곤 하면 나는 그날 밤에 잠을 이루지 못했다. 이름 모를 분노에 몸을 떨었던 것 같다. 녀석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완벽하게 나만 보는 병신으로 만들고 싶었다. 우습게 만들고 싶었다. 날 이렇게 우습게 만든 녀석을 나보다 더 우습게…. 하지만 녀석은 뭔가에 전념할 수 있는 성격이 아니었다. 나와 관계가 이어져도 아마 금세 질려버리고 말 것이다. 좀 더 애 태워야 한다. 좀 더 내게 상처 받아야 한다. 좀 더 날 증오하고 더 사랑해야 한다. 나를 그리워해야 한다. 너는 나만 바라 봐야한다. 녀석을 침대에 눕히고 조심스럽게 하고 싶은 것을 참고 거칠게 옷을 벗겨낸다. 매끈한 녀석의 몸이 내 눈을 희롱한다. 내 마음을 희롱한다. 녀석이 집단강간을 당하고 내게 찾아 왔을 때…. 정말 놈들을 죽이고 싶었다. 하지만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진우의 곁을 떠날 수가 없었다. 3일 내내 악몽에 시달리는지 끝없이 뭔가를 중얼거렸다. 가슴이 아팠다. 지켜주고 싶지만 녀석을 지킬 수 없다. 내 옆에 두기위해서는 녀석에게 다정하게 굴면 안 된다. 문득문득 나도 모르게 다정한 말투가 나갈 때면 나도 모르게 흠칫 놀라고 만다. 이렇게 사랑스러운데 다정하게 되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다. 고2때 내 앞에 앉은 녀석의 하얀 목덜미를 바라보며 혼자서 녀석을 몇 번이고 범했다. 참을 수 없을 때는 아무여자나 잡고 뒹굴었다. 모두 녀석의 얼굴이 되 버린다. 매일 매일이 두렵다. 어느 순간 녀석이 내게 질려 버릴까봐…. 녀석의 것을 감싸 쥐고 부드럽게 녀석에게 키스한다. 나로 인해서 딱딱하게 되어버린 녀석이 사랑스럽다. 격하게 움직이는 내 몸으로 인해 희열을 느끼는 녀석의 야한 표정이 날 미치게 한다. 이진우. 진우. 진우. 너는 반드시 내 것이 되어야해. 네 안에 들어 올수 있는 것은 나뿐이다. 섹스 후 녀석이 샤워를 하고 나오면서 짜증 아닌 짜증을 낸다. “너 콘돔 좀 써.” “…싫어.” 평소엔 반드시 콘돔을 쓴다. 하지만… 네 안에 할 거다. 더 깊이…. 어차피 씻으면서 빼내 버릴 테지만 그래도 한 순간이라도 네 안에 내 것을 넣고 싶어. 너는 이런 내 마음 모른다. 알아서도 안 돼. 녀석이 나를 좋아하는 걸 알고 있다. 어쩌면 사랑하고 있는지도 모르지…. 물론 나는 너를 사랑해. 내일도 모레도 너뿐이야. 너는 아니겠지. 내일…아니, 지금 당장 5분 뒤에도 넌 내게 질려 버릴지도 몰라. 미안하지만 널 믿을 수가 없어. 날 유일하게 불안하게 만드는 너. 네가 언제까지 날 사랑 할 수 있을까? 언제까지 내게 욕정 할 수 있을까? 널 죽이고 싶다. 날 우습게 만드는 너. 너를 사랑한다. 네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너는 상상해서도 안 돼. 내 마음은 평생 가리켜 주지 않을 거야. 너는 몰라도 돼. 네 눈을 가릴 꺼다. 평생 네가 나만 보고 달리게 만들 꺼다. 너는 내 것이니까. -END-